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부가 ‘그림자 조세’로 불리는 부담금에 대한 전면 손질에 나섰다. 18개의 부담금을 전면 폐지하고 14개의 부담금에 대해선 감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전 정부에서 하지 못했던 과감한 부담금 개편을 통해 국민의 민생 부담을 줄여 주겠다는 의도지만, 재정 부담 증가 우려에 다시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23차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고 부담금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2002년 부담금관리 기본법을 제정해서 국가가 부담금을 관리해 왔지만, 여전히 국민과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역대 어느 정부도 추진하지 못했던 과감하고 획기적인 수준으로 국민과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부담금을 정비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부담금 전면 개편은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전 부처를 대상으로 ‘제로베이스 검토’를 지시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역동적이고 지속 가능한 자유 시장 경제를 위해 자유로운 경제 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총 91개 부담금 중 32개를 손보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18개의 부담금에 대해선 전면 폐지하고, 당장 폐기가 어려운 14개의 부담금에 대해선 금액을 감면키로 했다. 그간 국민들이 납부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요금 인하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부담금이 대상이 됐다. 대표적으로 1만5,000원 기준의 영화표에 500원씩 부과되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담금을 없애기로 했다. 출국 시 항공요금에 포함되는 출국납부금의 경우 4,000원 인하하고, 부담금 면제 대상을 2세에서 12세로 확대하기 했다.

전력기금 부담금의 경우도 부담금 요율을 단계적으로 1%p씩 완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건설경기 활성화 및 분양가 인하를 위해 학교용지 부담금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분양가 4억5,000만원인 공동 주택을 기준으로 약 360만원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정부는 중소 영세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개선 부담금 등 4개 부담금과 실효성이 낮아진 부담금에 대해서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 2조원 경감… ‘세수 부족’ 논란 여지

정부는 부담금 완화 및 폐지를 통해 민생경제의 활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역대급 세수 부족 사태를 일으킨데 이어 연이은 감세 정책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건전 재정에 대해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부담금 완화·폐지로 경감되는 세수는 연간 2조원 규모인데, 당장 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부담금의 폐지와 감면이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그동안 부담금으로 추진한 사업들의 지출 구조를 효율화하는 한편 영화 산업, 청년 농업인 육성과 같이 꼭 필요한 사업들은 일반회계를 활용해서라도 차질 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도 여유 재원을 활용해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부담금 경감과 함께 총 263건 규제에 대한 한시적 적용 유예도 약속했다. 반도체 산업단지 고도제한을 120m에서 150m로 완화해 기업의 투자를 원활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승용차 최초 검사 주기를 현행 4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고 최중증 장애인을 간병하는 가족들에게도 활동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총 42조원의 자금도 공급한다. 오는 4월부터 다양한 경영 상황에 맞춘 ‘맞춤형 자금’을 공급하고 금융권과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금리 경감 방안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고물가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돈이 돌게 만들겠다”며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은행이 함께 기업들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적기에 맞춤형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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