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청주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충북을 ‘첨단바이오 선도기지’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반도체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서 첨단바이오산업을 육성해 오는 2035년까지 국내 바이오산업 생산 규모 2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26일 충청북도 청주시 동부창고에서 스물네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첨단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한 국가전략인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 방향을 제시했다. 최근 전세계적 바이오산업의 흐름이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첨단바이오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선제적을 대응해 첨단바이오 선도국으로 부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첨단바이오산업 발전에 팔을 걷어붙인 데는 반도체 산업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서 가능성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글로벌 첨단바이오 시장은 2021년 기준 약 2조 달러(한화 약 2,500조원) 규모로 우리나라의 주력 3대 산업인 반도체·석유화학·자동차 산업 규모를 합친 수준이다. 2035년에는 약 4조 달러(한화 약 5,200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이것은 통계 추계이고 제가 볼 때는 어마어마하게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윤 대통령은 첨단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한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의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적으로 정부는 AI 등 디지털 기술과 바이오가 결합한 ‘디지털바이오’에 대한 적극 투자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디지털 치료제, AI 로봇 융합, 첨단 의료기기와 같은 디지털 바이오에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며 “도전적, 혁신적 연구가 이뤄지도록 정부는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양질의 바이오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을 통해 인공세포와 유용 바이오소재를 저비용으로 신속하게 제작, 활용하게 하는 등 바이오 기반의 제조 패러다임 전환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석유화학 기반 소재 산업의 30%를 바이오 기반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의료, 농업, 에너지 등 전 산업 분야의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충북에 ‘K-바이오 스퀘어’ 조성 계획

이날 충북에서 첨단바이오산업의 방향성을 밝힌 데는 충북을 첨단바이오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는 계획과 맞물려있다. 충북은 1994년 오송 국가생명과학단지가 조성 이후 30여 년간 꾸준히 바이오를 육성해 왔다. 정부는 현재 오송 바이오 클러스터를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바이오 기업은 물론 법률, 금융회계 등 서비스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K-바이오 스퀘어’를 조성해 약 2조1,000억원의 부가가치와 약 2만9,000여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인재 양성에도 방점을 찍었다. 카이스트 오송 캠퍼스를 조성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아울러 KAIST 부설 ‘AI BIO 과학영재학교’를 오는 2027년까지 개교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KAIST 오송캠퍼스와 AI BIO 과학영재 학교 간 연계·협력을 통해 바이오 인재 양성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해 가겠다고도 정부는 설명했다.

최근 대학별 의대 정원 배분 결과를 발표하며 충북지역에 211명의 증원을 배정한 것도 충북의 첨단바이오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증원된 의사들은 앞으로 지역 필수 의료에 종사하면서 R&D 참여 등 연구를 병행하여 첨단바이오 분야 발전에도 큰 활약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도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한 재정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충북의 인프라 확대 지원도 약속했다. 우선 청주국제공항을 활성화 하기 위해 공항 철도 및 철도·도로 인프라를 적극 확충하고, 대전-세종-청주를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 CTX 사업도 본격 추진하겠다고 했다. 중부고속도로 증평부터 호법 구간 총 55km를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사전타당성조사를 추진한 후 예비타당성조사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제 임기 내에 예타까지 마무리하고 착공 기반을 확실히 다져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