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2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겸 국방부장관이 총기난사사건에 대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국방부는 이번 GOP 총기난사사건의 원인으로 병영 내 왕따(집단 따돌림)에 초점을 모으는 가운데 언론을 중심으로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총기사고 등 그간 군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군이 내사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국방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혹이 제기된 과거가 있다. 이번 GOP사건을 비롯해 군의 특성상 언론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군이 내부 부조리에 대해 은폐하고 병사 개인적인 문제로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었다.

특히 자살시도 후 병원에 후송되는 임 병장에 대해 군은 대역과 후송차량을 미리 준비해 여러 언론사들을 따돌리는 등 접근을 차단했다. 언론은 임 병장과 접촉하지 못하게 군이 과도한 언론통제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사건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군내 총기 사건은 주기적이다 싶을 정도로 반복되고 있다. 2005년 경기 연천에서 총기사건으로 8명이 사망했고, 2011년에는 해병대 해안초소에서 4명이 희생됐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군은 개선대책을 마련했지만 총기사건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제대를 3개월 앞둔 병장이 벌인 일로 더욱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군은 사건 발생 후 민간인 지역으로 통하는 길에 차단선을 설치했지만, 상황 발생 전파는 2시간여 지난 10시 경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 계획적 범행인가 우발적 사고인가

군은 임 병장의 총기난사 원인에 대해 집단 따돌림에 원한을 갖고 저지른 계획적인 범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임 병장이 전역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발적 범행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고문관’ 등으로 병영생활 내에서 왕따가 있었다고 해도 3개월만 참으면 전역하는 임 병장이 계획적으로 그랬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오히려 병영생활에 문제가 있었고 그것이 근무교대를 앞두고 무장한 상태에서 어떤 사고를 계기로 우발적으로 폭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더구나 임 병장이 7개월 동안 문제없이 GOP근무를 해왔고 지난 5월말에는 정기휴가까지 다녀온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다수의 군 전문가는 5명의 사망자가 총격에 의한 점, 임 병장이 근무가 끝나고 바로 교대를 하지 않고 동료병사들이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수류탄을 투척한 점에서 계획적 범행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 ‘관심병사’를 GOP 근무에 투입한 이유?

‘관심병사’인 임 병장이 GOP 근무에 투입된 배경에 대해서도 군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군은 훈련소를 마친 신병이 부대로 전입하게 되면 해당 부대장과 주임원사 등 각급 지휘관과의 면담, 인성검사 등을 통해 병력관리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병영생활 적합도 등을 측정해 특별관리가 필요한 병사들은 ‘관심병사’라고 해서 A, B, C 3개 등급으로 나눠서 관리해왔다.

임 병장은 지난해 4월 인성검사 결과 A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GOP근무에서는 제외됐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에는 B급 관심병사로 바뀌고 GOP근무에 투입됐다. ‘관심병사’를 GOP근무에 투입한 이유에 대해서 국방부는 최근 병력 부족으로 인해 B, C등급을 받은 ‘관심병사’라도 GOP 내에서 후방지역에는 투입해 왔다고 밝혔다. 실제 군의 발표에 따르면 전체 장병의 약 20%가 관심병사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떤 기준으로 ‘관심병사’로 판단하는지 어떤 경위로 임 병장이 A급에서 B급으로 변경됐는지 정확한 해명은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은 인성검사에 문제가 없는지, ‘관심병사’ 관리 제도 전반에 문제는 없는지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임 병장이 근무했던 소초의 소초장(소위)이 지난 4월 허술한 관리와 허위보고 등을 이유로 보직해임된 사건도 있었다. 군은 소초장의 보직해임과 이번 사건의 관련성이 있는지도 수사중이라고 알렸다.

▲ 임 병장은 사건 발생 지점으로 부터 10km 떨어진 곳에서 잡혀 군의 늑장대응에 대해 지적받고 있다.
◇ 군의 안일한 대응
 
사고 직 후 군의 안일한 대응도 함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최전방으로 극도의 긴장상태가 유지되는 곳이다.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30m 떨어진 소초에는 무장한 경계 병력들이 있었지만 초기에 임 병장을 제압하지 못했다.

게다가 많은 병력들이 있는 지역에서 임 병장이 10㎞나 도주했다는 사실도 의아한 부분이다. 군은 사건이 발생하고 2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사건의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한 군이 조용히 해결하려다 늑장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도주한 임 병장을 발견한 것도 사건 발생시부터 무려 18시간이나 뒤의 일이었다. 임 병장을 추적하는 과정에서도 탄약이 없이 빈총으로 추적하다가 소대장이 팔에 관통상을 입는 등 사상자를 확대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 임 병장 후송 대역, 왜?

자살에 실패한 임 병장을 후송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군은 4대의 후송차량을 준비해 언론들을 따돌리고 여군 간부로 추정되는 임 병장 대역을 써 논란을 부추긴 바 있다.

이 사건으로 언론은 군이 과도하게 언론통제를 하고 임 병장과 언론이 접촉하지 못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또 군이 임 명장이 마지막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메모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방부는 임 병장의 부상이 심각할 수 있어 빠른 후송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메모에 대해서는 희생자들이 가해자로 인식될 수 있다는 유가족들의 우려에 따라 비공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 4대의 후송 차량을 이용해 군이 언론을 따돌려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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