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건설경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16일 대형 종합건설업체 삼환기업(회장 최용권)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삼환기업은 만기가 돌아오는 70억원의 기업어음을 막지 못해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싸늘하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삼환기업이 불과 5일만에 법정관리로 선회해서다. 외부에선 이를 기업의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오너 최용권 회장이 사재출연을 거부하면서 최 회장에 대한 비판마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최 회장의 측근이 최 회장의 100억원대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마저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 최용권 삼환그룹 회장.

삼환기업은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과 경부고속도로 등 대형공사를 담당하며 중견건설사 입지를 다져온 굴지의 토건 1세대다. 그런 삼환기업이 지난 9일 신용 C등급을 기록하며 워크아웃을 신청, 66년간의 명성을 무색케 했다.

사실 삼환의 경영악화와 자금난 위기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

삼환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환의 매출액은 지난 2010년 1조1,373억원에서 지난해 8,603억3,408만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손실은 더욱 심각하다. 485억7,377만원의 순이익을 봤던 2010년과 달리 지난해 1,772억8,798만원의 손실로 순이익이 대폭 감소했다.

반면 부채는 2010년 1조3,066억원에서 지난해 1조6,514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같은 자금난은 결국 삼환을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했다.

삼환은 70억원의 기업어음을 막지 못하고 법정관리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당시 50여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던 삼환은 부족한 70억원의 어음을 채권단에서 해결해주길 바랐다. 채권단은 그러나 이를 외면했다. 내부에서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특히 금융당국이 워크아웃 신청 이후 최 회장에게 "사재출연을 하면 회사를 보다 빠르게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권유한 점을 미뤄 짐작했을 대 최 회장 등 오너일가가 사재출연을 통해 책임을 지라는 뜻이었다는 게 외부의 분석이다.

그러나 최 회장은 “나에게 그런 돈이 어디 있느냐”며 거절하고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신청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이같은 결정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삼환의 법정관리가 협력업체에 심각한 피해를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삼환 노동조합(이하 노조)에 따르면 이번 법정관리로 삼환의 협력업체는 약 2,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환이 법정관리를 통해 채권・채무가 동결되고 오너일가는 경영권을 지킬 수 있게 됐지만 채권자의 가압류와 강제집행이 금지되면서 700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조를 비롯한 외부에서는 최 회장에 대한 비판론과 더불어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최 회장이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고도 몇십억원의 사재출연을 하지 않아 회사를 법정관리까지 끌고 갔다는 점에서 노조의 비판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의 개인 재산을 관리했던 한 관계자들을 통해 "총수일가의 투자자금이 모두 920억원대에 달한다" "최 회장의 전체 금융자산이 2,000억원이 육박한다" 등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최 회장에 대한 '도덕적 해이' 논란은 14일 최 회장의 비자금 의혹이 터지면서 더욱 심화됐다.

노조는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전 경영관리팀 차장 손모 씨가 지난 3월 오너 일가를 불법 비자금 혐로 검찰에 고발한 사실을 밝혔다.

고발장에 따르면 손씨는 삼환에서 근무하면서 최 회장의 비자금 관리를 맡았다. 최 회장은 이중장부를 작성해 회삿돈으로 10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15개 정도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삼환의 주식을 보유하고 관리했다.

손씨는 최 회장이 차명계좌의 명의자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100억원 이상의 증여세를 탈세했고 차명주식 배당금에 대한 소득세도 포탈했다고 폭로했다.

또 그는 이번 비자금 관리를 최 회장으로부터 직접 지시받았으며 약 15개의 차명계좌 명의는 재직 중인 임원과 최 회장의 친인척 등이었다고 고발장에 기재했다.

노조는 이번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성명서를 내고 “회사에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힌 이유가 회장 일가의 비자금 관리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 회장 일가가 1,000억원 이상의 개인 재산 출자를 하고 조속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특히 최 회장의 독단경영이 이같은 참사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장기간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이고 방만한 경영으로 사태를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삼환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회사에 자금난이 닥치면서 미분양 주택에 대한 할인 매각과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조기 매각하라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최 회장이 이를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환 측은 “삼환에 비자금은 없다”고 관련 의혹에 강하게 부인했다.

삼환 측 관계자는 "손씨의 주식은 본인이 비자금으로 명명할 뿐 개인이 갖고 있던 주식일 뿐"이라며 "회사가 법정관리된 것은 경영자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지난 2008년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건설업계 대부분이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 상태에 빠진 것과 관련이 있다. 10대 대기업 건설사들이 수주를 따내고 살아남은 것과 달리 중견・중소 건설업체들은 따낼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 기업과 오너일가가 매도돼서는 안된다"며 "단순히 그때의 조건(워크아웃 신청 후 70억원의 최 회장 사재출연 요구)을 두고 부도덕하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삼환의 이같은 비자금 의혹에 대해 지난 3월 고발장을 접수했으나 최근 비자금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자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