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최대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이번엔 ‘냉장고 용량’을 두고 불꽃이 튀고 있다. 급기야 이번엔 법정 소송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 사진=유투브에 게시된 삼성전자의 '불편한 진실'편 동영상 캡쳐.

사건의 발단은 유투브에 올라온 한 편의 동영상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22일 삼성전자는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자사의 혼수가전 블로그 ‘신부이야기’ 및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투브에 게시했다.

59초 분량의 이 동영상은 삼성 지펠 냉장고와 LG 디오스 냉장고를 임의로 눕혀 내부에 물을 부은 뒤 용량을 비교하는 내용이다.

이 동영상은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 삼성 지펠 857리터 냉장고와 타사 870리터 냉장고, 어느 쪽에 더 많이 들어가는지 살펴볼까요?”라는 자막으로 시작해 “삼성 지펠 857리터 냉장고가 타사 870리터 냉장고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자막으로 끝난다.

물을 붓는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영상 하단에는 ‘삼성 지펠은 KS규격(한국산업규격)을 준수하여 냉장고 용량을 표기한다’는 자막이 실려있다.

노골적으로 경쟁사인 LG전자를 깎아 내린 것이다.

이에 LG전자는 삼성전자에 "해당 광고를 즉각 중지하고, 관련 책임자를 문책하라"는 공문을 내용증명 형식으로 지난 18일 전달했다. 냉장고에 물붓기가 마치 KS규격에 의한 적법한 측정 방식인 양 교묘하게 소비자를 기만하고 국가 표준의 신뢰성과 권위를 훼손한 것이라는 게 LG 측 지적이었다.

하지만 공문 발송 4일 뒤인 21일, 삼성전자는 오히려 1분36초 분량으로 늘어난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2’라는 광고 동영상을 추가 게시하면서 LG전자를 더 자극했다.

동영상 2탄에는 물 붓기에 이어 삼성의 900리터 냉장고와 LG전자의 910리터 냉장고에 들어가는 캔의 개수를 비교하는 내용이다.

총 3라운드로 펼쳐지는 비교 결과 삼성의 냉장고에는 LG 냉장고보다 캔커피(190ml) 67개, 참치캔 90개가 더 들어간다는 실험결과와 함께 이 동영상은 “삼성 지펠 900리터 냉장고와 타사 대용량 냉장고의 용량 대결, 삼성 지펠 900리터 냉장고의 3대0 완승”이라는 자막으로 끝난다.

LG전자 측은 ‘물 붓기’와 ‘캔 넣기’는 잘못된 측정방식이라는 주장이다.

LG전자에 따르면 물 붓기는 실제 사용되지 않는 공간까지 포함하고 '캔 넣기'는 사용 가능한 공간을 임의로 누락하는 등 실제 사용 가능한 공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는 잘못된 방식이다.

예컨대 A제품의 선반 사이 간격이 21cm이고 B제품이 20cm라고 가정한다면, 7cm 높이 캔의 경우 A제품은 3줄, B제품은 2줄밖에 쌓을 수 없다. 동일한 냉장고의 경우도 캔을 채워 넣는 순서, 방식이나 캔의 크기별로 캔의 수가 달리 측정될 수밖에 없어 객관적인 측정 결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냉장고에는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에서 제정, 공표한 KS규격에 따라 측정한 '전체 유효내용적'을 표기하도록 돼 있다. '전체 유효내용적'은 KS규격의 측정법에 의거해 설계 실측치를 측정, 계산해 표기한다.

급기야 참다못한 LG전자는 24일 삼성전자의 ‘부당 광고 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는 내용의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LG 전자 측은 “삼성전자의 광고행위가 ▲기만적인 광고 ▲부당 비교 광고 ▲비방 광고 및 부정경쟁행위로서, 자사의 명예, 신용 등 인격권을 심각히 침해한다고 판단, 권리 보호를 위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광고 중지와 사과는 커녕, 캔 넣기라는 2차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했다”며 “자막만 '자사 실험치 기준'으로 바꾸었을 뿐 여전히 소비자를 오도하고 경쟁사를 폄훼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LG전자 측은 “KS 규격에 따른 정부 공식 측정 방식으로 제 3의 공인 기관을 통해 공개 검증하자”고 삼성전자에 제안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대응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용증명을 받아봤지만 이에 대해 대응할 필요성을 못느낀다"면서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기 이해 냉장고에 물을 붓거나 캔을 넣는 것으로 묘사한 것인데 왜 허위사실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자체 실험치 기준임을 명시했고, 비교 기준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LG전자가 주장하듯 내용상에 기만이나 허위사실이 없다. 현재 소송 관련 부분은 법무팀에서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또 제 3기관을 통해 공개검증하자는 LG전자의 제안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캔 실험의 경우 타사 냉장고는 넣지 못하는 부분에까지 캔을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사 제품에 더 많은 캔이 들어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며 "이 부분을 강조한 것으로 제3기관의 공개 검증 제안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전했다.

두 경쟁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적공방으로까지 번진 두 기업의 ‘냉장고 용량’ 싸움이 어디까지 확대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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