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임직원들의 비리가 도를 넘어섰다. 지난 25일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국정감사를 위해 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향응수수, 성상납, 법인신용카드 유용, 공무국외출장을 핑계로 개인관광 등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전사적 차원의 비리가 자행되고 있는 상태다. 이쯤되면 도덕적해이를 넘어 '비리 온상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재철 의원실에 따르면 도로공사 지사 교통상황실 주임급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견인업체 사장 및 자동차공업사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향흥과 성접대를 받았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견인 차량 운영업체에 사고 정보를 몰아준 대가다.

A씨는 지사 교통상황실에서 견인업체들에게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으로 사고차량 제보를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실 근무자와 안전순찰원에게 특정 업체를 많이 이용할 것을 종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A씨의 '안하무인'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견인업체 직원에게 통닭이나 족발 등 야식을 사오라고 시키는가 하면, 업무시간에 음주를 하기도 했다. 또 관계가 있는 차량 정비소에 부인의 고장 난 차의 수리를 맡긴뒤, 수리비를 내지 않는 등 도를 넘어선 횡포를 부리다 적발됐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A씨는 내부 감사 결과 비위 사실이 밝혀져 해고된 상태다.

이뿐만 아니다. 도로공사 직원 B씨는 주말 출‧ 퇴근 시 공용 업무수행 중인 안전순찰차를 10회 가량 사적으로 이용한 것도 모자라, 관련 업체의 견인차량까지 자신의 출‧퇴근에 10회 이상 이용했다.

B씨 역시 시내 인근 유흥주점에서 여종업과 함께 양주, 맥주 등의 음주를 하는 등 총 130만원 상당의 향응을 수수 받았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로공사가 '갑'의 위치를 이용해 견인업체들에 횡포를 부린 것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도로공사에 접수되는 사고 정보를 경쟁업체보다 먼저 빼내야 경쟁업체들보다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는 상황을 도로공사 직원들이 악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공사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춘천고속도로에서 견인 조치가 필요한 사고 건수가 월평균 14건이었는데, 이 중 한 달 평균 10건이 넘는 견인 실적을 보인 업체가 이번에 향응을 제공하다 적발된 업체로 드러났다.

도로공사 직원의 비위행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법인신용카드를 마치 개인신용카드 마냥 유용하는 등 법인신용카드 불법 사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10월에 실시한 기획재정부의 감사에서 통상적인 식사시간이 아닌 근무시간에 법인카드로 음식점에서 사용한 금액이 4억2,800만원에 달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도로공사가 올해 4월 자체 실시한 ‘법인신용카드 사적 사용 조사’ 자료에 의하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다.

실제 C씨는 친구들과의 사적 모임에서의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마라톤 동호회원 15명과 함께 한 식사 자리에서는 식사비용을 외상 처리한 뒤 이후 외상값 일부에 대해서도 법인카드를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하계 특별교통소통 대책 홍보’ 명목으로 법인카드로 하이패스 선불카드와 단말기를 구매한 후, 공무원ㆍ대학원 친구 등 개인적 친분이 있는 지인에게 나누어주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직원도 있었다.

업무차 해외출장을 나간 간부들은 출국전 미리 짜놓은 관광일정표대로 여행을 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관광일정을 제외한 허위 일정표를 만들어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감봉과 경고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심재철 의원은 “도로공사 직원들이 법인카드를 유용하고, 관련 업체로부터 성상납을 받는가 하면, 해외 출장 중 개인적인 관광을 다니는 등 업무기강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하며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토부는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일부 소수의 직원 비리 때문에 도로공사 모든 직원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처럼 비쳐져 안타깝다”며 “이같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내부감사를 통해 비리를 적발하고 처벌한 뒤 경영공시를 하는 등 정화노력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사실 핸드폰 사용기록 등 개인적인 내용까지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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