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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악몽②]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는 ‘아는 사람’
2018. 07. 18 by 최수진 기자 jinny0618@gmail.com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관련 디지털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12년 2,400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증가했다. 가해자는 대부분 배우자, 전 연인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디지털 성범죄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범죄 유형으로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개인적인 영상을 유포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찍은 몰카를 공개하는 등 매우 다양한 방식이며, 하나같이 악질이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에 법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개선 효과는 기대 이하다.

◇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10명 중 8명 여성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몰래카메라를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둔갑시켜 찍은 영상을 온라인으로 팔거나, 헤어진 여자친구와 관련된 영상을 유포하는 등 수법도 다양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관련 디지털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12년 2,400건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검거된 사건은 2,042건이다. 발생 건수의 85%는 검거됐지만 15%는 여전히 범인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4년 뒤인 2016년의 디지털 성범죄는 5,185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검거 사건은 4,904건이다.

개인성행위 영상정보 관련 디지털 성범죄도 활개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된 개인성행위 등 디지털 성범죄는 2만5,722건에 달한다. 2016년 8,456건에서 2017년 1만286건으로 21.6% 증가했다. 올해는 이미 5월 기준으로 6,780건을 넘어섰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디지털 성범죄가 젠더 폭력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됐다.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디지털 성범죄 현황에 따르면 통신매체 이용 음란 피해자의 84.4%가 여성으로 확인됐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10명 중 8명이 여성이라는 뜻이다. 이 가운데 카메라 이용 촬영 피해자의 경우 여성이 93.9%다. 사실상 여성을 타깃으로 범죄가 확대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디지털 성범죄 현황에 따르면 통신매체 이용 음란 피해자의 84.4%가 여성으로 확인됐다.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 가장 많이 일어나는 범죄, ‘유포·불법 촬영’

가장 많이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유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약 두달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한 결과다. 이 기간 접수된 피해 건수 993건 중 456건이 유포 피해다. 전체 45.9%에 해당한다. 이외에는 △불법촬영(344건, 34.7%) △유포협박(41건, 4.1%) △사진합성(19건, 1.9%) △사이버 괴롭힘(38건, 3.8%) △몸캠 및 해킹(18건, 1.8%) 등의 유형이 존재했다.

문제는 피해자 한 명이 여러 문제를 중복으로 겪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불법촬영의 피해자에게 △유포 △유포협박 △사이버 괴롭힘 등의 피해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었다. 피해자 한 명당 최대 300건의 유포 피해가 발생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는 배우자, 전 연인 등으로 확인됐으며, 피해자는 대부분 젊은 여성이다. 피해자 절반이 20대(50.3%)였고, 30대 역시 22%에 달했다. 40대 이상은 10%를 차지했다. 전체 피해자 493명 중 여성은 총 420명으로 집계됐다. 남성 피해자는 73명이다.

심지어 10대 미성년자까지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연령대가 밝혀진 피해자 중 16%가 10대로 밝혀졌다.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영상 10건 중 1건은 미성년자가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수치는 디지털 성범죄가 단순히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