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위성 디지털글로브가 촬영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팔루의 지진 및 쓰나미 발생 전후의 모습. 왼쪽은 8월 17일에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은 지진 및 쓰나미 발생 이후인 1일 찍은 사진이다. 건물과 나무들이 있던 곳이 흙으로 덮여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거대한 지반이 끈적한 액체처럼 흐르며 순식간에 가옥 등의 마을을 삼키는, 이른바 ‘지반 액상화’ 현상이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 AP, 뉴시스
미국 민간위성 디지털글로브가 촬영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팔루의 지진 및 쓰나미 발생 전후의 모습. 왼쪽은 8월 17일에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은 지진 및 쓰나미 발생 이후인 1일 찍은 사진이다. 건물과 나무들이 있던 곳이 흙으로 덮여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거대한 지반이 끈적한 액체처럼 흐르며 순식간에 가옥 등의 마을을 삼키는, 이른바 ‘지반 액상화’ 현상이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 AP,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일부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지진 관련, ‘지반 액상화 현상’으로 인해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반 액상화’는 말 그대로 딱딱한 땅이 질퍽한 진흙이나 늪처럼 액상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진의 충격이 가해지면 그 진동으로 인해 모래와 자갈들이 밑으로 가라앉고, 그 사이에 있던 지하수가 위쪽으로 올라와 표면의 땅을 진흙과 같은 상태로 변화시키는데, 이렇게 되면 지반이 늪과 같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 건물이나 구조물의 붕괴 위험이 커진다.

실제 수토포 누그로호 국가재난방지청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지진 당시 월드뷰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상”이라며 “지반 액상화가 피해를 더욱 키웠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인 자카르타포스트 역시 1일자(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해변에서 10㎞ 떨어진 팔루 시 남쪽 페토보 구에 물처럼 흐르는 진흙이 강타했다”며 “이곳에서만 2,000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위란토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은 전날 “물러진 지반 때문에 중장비를 동원할 수 없어 구조가 사실상 어렵다”며 ‘지반 액상화’ 현상이 발생한 발라로아와 페토보 2개 지역에 대해 “집단무덤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진 당시 쓰나미 경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6시 2분, 술라웨시섬에서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인도네시아 기상청은 지진 경보와 함께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30여분 후에 해제했다. 계속된 여진에도 쓰나미 경보는 없었다. 그 사이 3미터 이상의 높은 쓰나미가 들이닥쳤고, 고스란히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인도네시아 기상지후지질청(BMKG)은 팔루에서 200㎞ 떨어진 조수관측기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경보를 종료했다고 해명했다.

강력한 지진에 이은 쓰나미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SNS 등에서는 당국이 쓰나미 경보를 너무 일찍 해제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인도네시아는 2004년 발생한 대규모 쓰나미 사태 이후 태평양 심해에 지진해일 탐지용 지진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 등을 활용해 쓰나미를 측정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루이즈 컴포트 피츠버그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도네시아는 22개 센서 구성된 쓰나미 측정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만 대부분 유지 불능, 고장 등의 이유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며 “인도네시아의 해저 지각 운동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당국와 함께 논의할 방안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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