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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안산다
[나 혼자 안 산다➉] 협동조합아파트, 사회주택과 공유경제의 만남
2019. 04. 18 by 정계성 기자 minjks@gmail.com
내년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될 위스테이 별내 조감도. /김경희 기자
내년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될 위스테이 별내 조감도. /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사회주택의 일반적인 정의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주체가 공급하는 민간임대주택’이다. 공공의 지원을 받아 민간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가미한 형태로,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 시장 사이 사각지대를 커버할 수 있는 대안적 방식으로 여겨졌다. 실제 ‘나 혼자 안 산다’ 섹션을 통해 소개된 사회주택 대부분이 이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사회주택의 파이를 크게 키워 기존 메이저 주택시장 패러다임에 도전장을 낸 이가 있다.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다. 입주민들의 협동조합을 조직하고 공공의 지원을 받아 아파트 마을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단순 구상이 아니라 이미 남양주 별내 491가구 규모 아파트가 내년 6월 입주를 목표로 건설 중이며, 이르면 올해 상반기 고양시 지축에 539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착공과 입주민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양동수 대표는 이를 ‘위스테이’라 명명했다.

◇ 내가 간접 소유한 아파트를 임차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뉴스테이’가 모티브다. 국토교통부는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 차원에서 8년의 주거를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 제한 등을 조건으로 건설비의 최대 96%를 융자보증하는 파격적인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8년 후 분양전환 과정에서 건설사에 막대한 시세차익만 안겨주는 사업으로 전락했다. 양 대표는 건설사가 누리는 막대한 이익을 입주민과 지역사회로 돌릴 수 있다면 주거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봤다. 입주민 조합이 건설비의 4%를 부담하고 분양전환 후 이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위스테이’ 모델을 만들어낸 배경이다.

60㎡, 74㎡, 80㎡ 세 종류의 크기로 공급되는 위스테이 별내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리모델링을 통해 조만간 위스테이 지축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김경희 기자.
60㎡, 74㎡, 84㎡ 세 종류의 크기로 공급되는 위스테이 별내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리모델링을 통해 조만간 위스테이 지축 모델하우스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김경희 기자.

더함 측에 따르면, 입주를 원하는 사람은 약 3,000만원의 출자금을 내고 조합에 가입해야 한다. 출자금으로 만든 협동조합은 주택도시기금과 함께 리츠를 구성하며, 건설할 아파트의 간접적 소유자가 된다. 건설사들이 가져가던 이익분이 환원되기 때문에 임대료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60㎡형 기준으로 출자금 포함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월세는 32만원이다. 비슷한 수준의 뉴스테이 월세가 대략 50만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30% 이상 저렴한 셈이다. 입주민 모집결과 최대 55대 1의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주거비를 낮춘 것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공급 패러다임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건설사나 거대 자본의 일방적 공급으로 사실상 선택권이 없었던 소비자가 직접 공급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수요자 중심으로 선택지를 가져가려 한 것이 의미심장하다. 입주민 총회 등의 방식으로 조합원들이 커뮤니티 조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양 대표는 모델하우스를 철거하지 않고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이라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전환해 논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간은 삶을 담는 그릇이다. 모두가 필요하다. 그런데 공간을 만들고 소비하는 구조는 맨 끝단의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형태에 머물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아파트 사업을 비틀어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국토부 정책사업으로 시작한 뉴스테이를 눈여겨봤고, 공동체를 만들어 소유구조를 연대시키면 시행자본을 대체해 적은 비용과 에너지로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협동조합 아파트를 시작했다.” - 양동수 대표 인터뷰

◇ 공동체 복원으로 사회문제 해결

위스테이 별내 모델하우스 용도로 제작된 건물은 철거하지 않고 '커뮤니티하우스마실'이라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조합원 총회는 물론이고 각종 소모임 등이 개최됐다고 한다. /김경희 기자
위스테이 별내 모델하우스 용도로 제작된 건물은 철거하지 않고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이라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조합원 총회는 물론이고 각종 소모임 등이 개최됐다고 한다. /김경희 기자

조합원들의 공급과정 참여를 통해 자연스러운 공동체 형성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크다. 자살, 저출산, 낮은 행복도, 주민갈등, 안전 등 통계로 확인되는 상당수 사회적 문제는 공동체 붕괴와 관계가 깊다. 기존 가족공동체 혹은 종교공동체를 대체할 새로운 커뮤니티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정부도 정책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양 대표 역시 ‘공동체’를 협동조합 아파트의 핵심 중 하나로 규정하고, 다양한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데 관심을 쏟았다.

“인간은 함께하고 싶은 마음과 혼자 지내고 싶은 마음이 모순적으로 존재한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혼자일수록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분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심해지면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된다. 한국은 사회적 관계망이 OECD 최하위 수준인데,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다. 사회안전망이 깨지면 사람들은 미래를 두려워하게 마련이다. 경제가 어려워서 출산율이 낮아지는 게 아니다.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본능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 협동조합 아파트와 공유경제 플랫폼의 결합 가능성

위스테이 모델을 처음 고안해 실행으로 옮겨낸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 /김경희 기자.
위스테이 모델을 처음 고안해 실행으로 옮겨낸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 /김경희 기자.

특히 주목할 부분은 협동조합아파트와 ‘공유경제 플랫폼’이 맞닿는 영역이 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협동조합아파트의 입주민은 임차인이지만, 또 동시에 조합원 자격으로 전체 아파트를 간접 소유하는 형태다. 여기에는 공유경제의 철학이 녹아 있다. 훗날 조합원들이 결정할 일이지만, 8년 후 일반분양으로 전환되더라도 추가 출자금으로 조합이 소유권을 갖는 지금의 형태를 유지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그렇다면 협동조합아파트를 공유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는 대단지의 협상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저렴한 공동구매가 가능하며, 공동체 간의 연대로 의료·돌봄·먹거리 등의 생활비용까지 크게 낮출 수 있다. 소비규모에 따라 얼마든지 지역밀착형 경제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게 포인트다. 나아가 차량임대·카풀 등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플랫폼 실험도 가능하다.

“1만 세대의 아파트면 최소 주차공간이 세대수 이상 필요하다. 하지만 50% 이상의 차량이 거의 사용되지 않고 아파트에 주차돼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예컨대 차량 소유를 제한하는 대신 조합에서 쏘카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을 운영하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스위스는 협동조합 기업이 카셰어링 부문 1위다. 다양한 산업의 영역에서 흩어져 있던 시민들이 함께 소유하고 운영하고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 가능하다.

규모화된 다양한 실험들이 많아져야 한다. 임대료나 주거비는 어떤 관점에서는 굉장히 지엽적인 문제다. 사회적 안전망 등 우리 삶의 전반적인 비용을 낮추는 게 오히려 더 중요하다. 공공이 나서줘야 하는데, 공공은 증거자료가 될 수 있는 데이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비록 지금의 실험이 성공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중규모의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한다면 공공을 움직여 사회 전반에 확산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