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10일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 박근혜의 파면'을 결정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소수의견은 있었지만 반대의견은 없었다. 헌법재판소의 8일 결정이 그랬다. 재판관 8인은 일치된 의견으로 “대통령 박근혜 파면”을 선고했다. 소수의견 조차 이날 탄핵인용의 당위성을 더욱 보충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헌재가 적시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은 “최서원(최순실)의 이권 추구를 도왔다”는 점이다. 대기업으로부터 486억원을 출연 받아 미르·K스포츠 재단을 만들고, KT에 특정인을 채용하도록 지시해 이익을 취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익 실현의 의무를 천명’하고 있는 헌법을 위반했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이정미 재판관은 “대통령의 공무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의혹제기를 비난했다”며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결론 냈다.

헌재의 판단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민심을 정확히 반영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분노는 자격 없는 사람이 무언가를 얻는다고 생각할 때 느끼는 특별한 화, 즉 부당함에 대한 화”라고 했다. 철저히 배일에 가려져 있던 최순실이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국민은 분노했다. 국민들은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우리 헌법이 이 같은 ‘불공정’과 ‘부당함’을 허용하지 않으며, 대통령을 포함해 어느 누구라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정의’를 확인하게 됐다.

물론 헌재의 선고를 앞두고 이번 사건을 ‘정치투쟁’으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공정 대 불공정, 상식 대 몰상식, 원칙 대 반칙의 대결이 아닌 좌우대결,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이 그랬다. 한 정치인은 “좌파광풍”이라고 말했고, “북한의 음모”라고 주장한 이도 있었다. 그러나 헌재는 ‘이념대립’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창호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반으로 한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며 “우리와 우리 자손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고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 권한남용,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충의견을 냈다. 안창호 재판관은 공안검사 출신으로 재판관 8인 가운데 보수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 헌재 재판관 전원 일치는 다행

학계에서도 헌재의 결정을 당위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은)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이라는 게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이종수 교수는 “언론에서 헌재구성의 보수성을 들어 기각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헌법 위반이 중차대하고 증거가 넘치고 넘쳤다”며 “보수성향의 재판관이라고 해도 의견을 달리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이정미 재판관이 모두발언에서 역사의 법정에 서 있다고 표현했다. 헌재 스스로가 준엄한 역사의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국회의 압도적 탄핵소추안 의결과 헌재의 전원일치 결정으로 ‘역사의 신’을 놓치지 않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헌재결정 승복”을 당부했다. 신 교수는 “헌재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헌법을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참 안타깝다. 아직 우리 사회의 제도적 신뢰가 약하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으로 사회적 혼란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불행 중 다행이다. 의견이 갈렸다면 혼란이 컸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헌재결정은 결코 환호할 일이 아니다.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불행한 역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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