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7년 3월 10일, 대한민국의 역사가 새로 쓰여 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본격적으로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1장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앞으로도 상당한 후폭풍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2장의 막이 오른 셈이다. 이와 함께 이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앞날도 더욱 어두워졌다.

 

◇ 마지막 희망 사라진 이재용 부회장

10일 오전 11시, 모든 국민의 이목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게 집중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문을 읽어 내려가던 이정미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며 최종 결론을 발표했다.

대통령 파면 발표 이후 청와대와 여당, 박사모 등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또 한 명, 서울구치소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혹시나’하는 마지막 기대마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사건의 커다란 한 축이었다. 그저 정경유착 사건에서 ‘재벌’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라, 자신의 승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최순실과 손을 잡은 정황이 여럿 포착됐다.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탄핵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도 많았다.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최순실은 ‘공범 관계’였고, 더 나아가 ‘공동 운명체’였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상황이 한결 나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뇌물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혐의가 헌재에서 인정되지 않는다면, ‘뇌물을 준’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도 그만큼 약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여론 및 정치적 국면 전환도 기대해 볼만 했다.

◇ 핵심 탄핵 사유는 ‘최순실 사익추구 지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핵심 탄핵 사유는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와 연결된다. <시사위크>

하지만 헌재의 탄핵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의 입지를 더욱 악화시켰다. 헌재의 선고문에 삼성이나 이재용 부회장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그의 혐의를 더욱 뚜렷하게 했다.

 

헌재는 여러 탄핵소추 사유 중 인사권 남용이나 세월호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탄핵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한 점은 핵심 탄핵 사유로 지목됐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사건에서 최순실 측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한 주체였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전경련을 통해 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것은 물론이고, 최순실 일가를 직접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최순실 딸 정유라에게 말을 사주기까지 한 삼성이다.

즉,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핵심 탄핵 사유인 ‘최순실 사익추구 지원’에 가장 적극적으로 복무한 것이다. 또한 뚜렷한 대가를 얻지 못한 다른 기업과 달리, 자신의 승계와 관련해 여러 특혜를 제공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헌재의 이 같은 탄핵 결정 배경은 지난 9일 시작된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삼성이 최순실을 적극 지원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최순실 사익추구 지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탄핵 사유다.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 부인은 곧 헌재의 탄핵 결정까지 부정하는 셈이 된다.

또한 대통령 직위를 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제 형사상 불소추특권이 없어졌다. 검찰의 강제수사와 기소 등이 모두 가능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과의 독대 당시 대화 내용, 청와대 차원에서의 특혜 제공 내용 등이 더 확실하게 밝혀질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가 더욱 뚜렷해지는 것이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정상참작’보단 ‘가중처벌’이 불가피하다.

뿐만 아니다. 조기대선을 통해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은 대부분 ‘개벌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처럼 국가경제나 통합을 이유로 사면이 이뤄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오히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재벌 개혁의 상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 운명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앞에 더욱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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