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맞서 KCGI·반도건설과 손을 잡은 가운데,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모녀가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선 갈등을 빚었던 모친 이명희 고문을 자기편에 두게 되면서 시름을 덜게 됐지만,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은 더욱 더 진흙탕 싸움 양상에 빠져들 전망이다.
지난 4일,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는 입장자료를 통해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며 ”저희는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지난달 31일 KCGI, 반도건설과의 연대를 공식화한 데 따른 것이다. 두 모녀는 입장자료를 통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로써 조원태 회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의 대립구도에서 시름을 덜게 됐다. 지난해 말 갈등설이 불거졌던 모친 이명희 고문을 확실한 ‘자기 편’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지분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은 아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총합은 32.06%. 조원태 회장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는 우호 지분은 최대 33.45% 수준이다. 4.11%의 지분을 보유 중인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개인투자자 등 소액주주의 선택에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맡겨지게 된 상황이다.
이처럼 전선이 확실해진 경영권 분쟁의 첫 분수령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되는 가운데,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연임 저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편,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전혀 예상치 못한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향한 세간의 시선 역시 점점 더 싸늘해지고 있다. 먼저, 여러모로 어수선한 업계 환경 속에서 가족 간 분쟁으로 그룹을 더 큰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울러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은 KCGI에 대해서도 일관성이 없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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