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출근길 약식회견을 시작했다. 이를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이라고 한다. 단어 뜻 그대로 취재진이 '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대통령이 들어오면 현안에 대한 간단한 소회와 질답을 나누는 형태다. 대통령이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밝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대통령의 정무적인 부담이 크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아침마다 취재진 앞에 선다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기사를 읽다보면 '대통령은 오늘 아침 왜 이런 말을 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시사위크>는 대통령의 발언을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 또 대통령이 아침에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독자들에게 좀더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굿모닝 프레지던트'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검찰의 압수수색을 비판하며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지금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언론사를 상대로 며칠 동안이나 압수수색을 했던 그런 것들을 좀 생각해보라”고 반박했다. 다만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 등 수사와 관련해서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당에서 야당 탄압, 대통령실의 기획 사정이라는 주장이 나온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민주당이 여당 시절에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런 얘기(야당 탄압)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언론사 압수수색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4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이 채널A 본사를 압수수색했던 일을 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은 “수사에 대해서는 저 역시도 언론 보도나 보고 아는 정도”라며 “자세한 내용은 제가 수사 내용을 챙길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기획 사정’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본인은 수사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응수한 셈이다. 

또 윤 대통령은 전날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오찬 간담회에서 ‘종북 주사파’ 발언에 대해 해당 발언이 나온 경위와 취지를 설명하면서도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아는 거니까”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윤 대통령이 해당 발언에서 민주당을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현 정권이 ‘협치’를 해야 하는 대상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인 만큼 야당을 주사파라고 지칭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발언한 것 역시, “설마 종북주사파가 민주당이냐”고 반발한 민주당을 겨냥한 비꼬기로 볼 수 있다. 물론 정쟁을 피하기 위해 이날 도어스테핑에서 “특정인을 겨냥해서 한 얘기는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를 보위해야 될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 마침 거기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답변을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말이다. 

이날 도어스테핑에서는 질문이 두 번 나왔다. 그 두 번 모두 민주당과 관련된 질문이었는데, 윤 대통령은 답변을 하면서도 야당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본인이 잘 아는 거니까” “여당 시절에 언론사를 상대로 며칠 동안이나 압수수색 했다” 등의 발언을 통해 야당에 대한 대결적 시선을 드러냈다. 

이에 여야, 그리고 윤석열 정부와 야당의 대치 전선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으로서 야당 압수수색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 통상적인 메시지 발신 방식인데, 윤 대통령은 그런 발언 없이 반박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는 ‘검사 편향 인선’ 논란에 “과거 정부는 민변 출신이 도배했다”는 발언이나, 장관 인선 지적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반박한 것이 연상된다. 

다음은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전문이다. 

2022년 10월 20일 오전 8시 57분
장소 : 용산 대통령실 청사 로비

<모두발언>

오늘은 뭐 평일인데도 많이 오셨네 하하. 

어제 그 양곡관리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습니다. 야당에서 그 소위 그 비용 추계서도 없이 이렇게 통과를 시켰는데. 그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 물량으로 농민들이 애써서 그 농사 지으신 이 쌀값이 폭락을 하거나 하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정부도 금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쌀 격리를 실시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정부의 재량사항으로 맡겨놔야지 수요와 공급의 격차를 점점 줄여가면서 우리 재정과 농산물의 낭비를 막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법으로 이 매입을 의무화를 시키게 되면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과잉 공급 물량을 결국은 폐기를 해야 되고. 그리고 이 농업 재정의 낭비가 심각합니다. 오히려 그런 돈으로 농촌의 그 개발을 위해서 써야 되는데 과연 이것이 농민들에게 저는 도움이 안 된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조금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 주기를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15일날 평택 SPC 공장에서 일어난 산재 사고인데, 참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언론 보도를 보니까 그...뭐 천을 둘러놓고 그 기계를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그 조사도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계를 가동을 해서 이를 안 시민들께서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당시에 고용노동부가 즉각 현장을 가서 조사를 했고 안전장치 없는 기계는 가동을 중단을 시켰는데, 안전장치가 있는 기계가 가동이 되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그것마저 가동을 중단시키기는 했습니다마는 그 사이에 일부 기계가 가동된 것을 아마 저 시민들이 아시게 된 것 같습니다. 아무리 법이나 제도나 이윤이나 다 좋습니다마는, 우리가 그래도 같은 사회를 살아나가는데 사업주나 우리 노동자나 서로 상대를 인간적으로 살피는 그런 최소한의 배려는 서로 하면서 어? 이...우리 사회가 굴러가야 되는 게 아닌가. 참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경위 파악을 좀 지시를 했습니다. 네. 뭐 질문 있으시면 한두 개 받겠습니다. 

<질의응답>

Q. 어제 주사파 발언에 대해서 민주당에서는 야당을 겨냥한 것이냐는 어떤 반발도 나오는데 어떤 입장이신지 궁금합니다.

A.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아는 거니까. 저는 어느 특정인을 저 겨냥해서 한 얘기는 아니고. 대통령은 헌법상 우리 헌법을 수호하고 또 국가를 보위해야 될 책임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침 거기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제가 답변을 그렇게 한 것입니다. 네. 

Q. 지금 이어지는 검찰 수사에 대해서 민주당에서는 야당 탄압이다, 그리고 대통령실의 기획 사정이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글쎄 저는 뭐 이런 그 수사에 대해서는 저 역시도 언론 보도나 보고 아는 정도고 자세한 내용은 제가 수사 내용을 챙길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야당 탄압이라는 얘기가 나오면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그 언론사를 상대로 며칠 동안이나 압수수색을 했던 그런 것들을 좀 생각을 해보면 뭐 그런 얘기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수고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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