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출근길 약식회견을 시작했다. 이를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이라고 한다. 단어 뜻 그대로 취재진이 '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대통령이 들어오면 현안에 대한 간단한 소회와 질답을 나누는 형태다. 대통령이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밝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대통령의 정무적인 부담이 크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아침마다 취재진 앞에 선다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기사를 읽다보면 '대통령은 오늘 아침 왜 이런 말을 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시사위크>는 대통령의 발언을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 또 대통령이 아침에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독자들에게 좀더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굿모닝 프레지던트'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오는 25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이 예정대로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의 막말 사과’ 및 ‘대장동 특검’을 요구하며 시정연설 참석 여부를 조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24일 “시정연설에 추가 조건을 붙인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야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대치 전선은 더욱 가팔라졌다. 오는 25일 시정연설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주목되는 이유다. 

◇ 시정연설 추가조건 두고 설왕설래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시정연설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시정연설을 듣는 것 역시 국회의 의무라고 상기시켰다. 

윤 대통령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대통령의 국회 출석 발언권과 예산안이 제출되면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도록 돼 있는 국회법의 규정, 그리고 여야 합의로 25일로 일정이 정해졌다”며 “거기에 무슨 추가조건을 붙인다는 것은 우리 헌정사에서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81조에는 “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하여 발언하거나 서한으로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대통령의 국회 출석 발언권”은 헌법 제81조를 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법 제84조1에는 “예산안과 결산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하고, 소관 상임위원회는 예비심사를 하여 그 결과를 의장에게 보고한다. 이 경우 예산안에 대해서는 본회의에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는다”고 돼 있다. 이 문구만 가지고는 ‘국회가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는다’는 것이 국회의 ‘의무’라고 하기는 좀 어렵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국회의 의무’를 강조한 것은 야당이 시정연설을 고리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데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이고, 윤석열 정부 ‘본예산’에 대한 첫 시정연설인 만큼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국이 경색되면서 야당에서 시정연설 보이콧까지 제기되는 상황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한 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한 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 야당 압수수색으로 尹-野 관계 ‘최악’

윤 대통령과 야당의 관계는 더욱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오전 검찰은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재시도했고, 오후에야 압수수색을 착수할 수 있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사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이 역사의 현장을 잊지 마시고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꼭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울먹였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긴급 의원총회 등을 이어간 뒤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야당을 말살하고 국민과 맞서 싸우려는 윤석열 정부에 강력 항의하고 규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저희로서 협치는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검찰이 우리의 협조 의사마저 내팽개친 채 국민 앞에서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을 자행하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총 후 “협치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권이 야당을 압살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시정연설은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본회의장 앞에 의원 전원이 모여 윤 대통령이 입장할 때 피케팅하거나 본회의장에서 피케팅 등을 고려하고 있다. 또 본회의장에 입장한 후 윤 대통령이 연설을 하면 퇴장하거나, 아예 불참하는 등 여러 방안을 두고 아직 고심 중이다. 

야당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역시 확정되지 않은 분위기였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누가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내년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예산안”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보이콧을 할 경우, 국무총리 대독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그러나 이후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새 정부의 첫 본 예산안을 내일(25일) 국회에서 국민께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당의 보이콧이 우려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예산안의 시정연설을 총리 대독으로 대체하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만일 이번 시정연설을 한덕수 총리가 대독했다면, 6공화국 출범 이후 정부의 첫 예산안을 총리가 설명하는 첫번째 사례가 됐을 것이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시정연설이 시작되기 전 의원총회를 열고 보이콧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야당의 관계가 하루 만에 극적으로 풀릴 것 같지는 않다. 

다음은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전문이다. 

2022년 10월 24일 오전 8시 59분
장소 :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로비

<모두발언>

오늘 월요일이라 많이들 나오셨네. 주말 잘 쉬셨습니까? (네) 최근 그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서 그 우리 채권시장과 또 기업어음 CP시장에 일부 자금경색이 좀 일어나서 어제 정부에서 대규모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오늘 아침 보도가 전부 나왔기 때문에 잘 알고 계시리라 믿고. 이런 신속한 대규모 그 시장 안정화 조치는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서 신속하게 오늘부터 집행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고금리로 인해서 아주 약탈적인 불법 사금융들이 서민들에 그 고통을 주고 있는 점을 감안해서, 제가 벌써 누차 얘기를 했습니다만은, 정부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약탈적 불법 사금융에 대해서 강력히 단속해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어려운 분들이 채무 불이행에 빠지더라도 건강한 경제 주체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은 이미 말씀드린 대로 계속해나갈 생각입니다. 질문 있으면 한 두 개 받겠습니다.

<질의응답>

Q. 시정연설이 국회법에 정해진 절차이기는 하지만 야당에서는 두 가지 정도 조건을 내걸고 참석 여부를 조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수 야당에서 시정연설 참석을 놓고 조건을 내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하고요. 야당 참석 여부와 상관 없이 시정연설을 진행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 글쎄 우리 헌정사에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대통령의 국회 출석 발언권과 또 국회법에서 예산안이 제출되면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도록 돼 있는 국회법의 규정, 그리고 여야 합의로 25일로 일정이 정해졌는데 거기에 무슨 추가조건을 붙인다는 것을 제가 기억하기로는 우리 헌정사에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네. 또 다른 것 있습니까? 그래요.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근거자료 및 출처

 

-헌법 : 제81조, 대통령의 국회 출석 및 발언권
https://www.law.go.kr/법령/대한민국헌법/(19880225,00010,19871029)/제81조
-국회법 : 제84조,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
https://www.law.go.kr/법령/국회법/(20220530,18192,20210518)/제8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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