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이 두올의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표작 ‘이산’으로 유명한 배우 이서진은 최근 여러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방송가를 주름잡는 나영석 PD와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다양한 매력을 선사하고 있는 이서진이다.

본업이 배우인 이서진의 예능 프로그램은 늘 도전의 연속이다. ‘할배들’과 함께 유럽여행을 떠나고, 농촌과 어촌으로 떠나 살아보기도 하며, 심지어 낯선 타국에서 식당을 열기도 한다.

그런 그가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자동차 시트 등을 생산하는 두올의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 연예계 대표 ‘엄친아’, 이번엔 사외이사 후보로

1971년 설립된 두올은 현대·기아자동차의 협력업체로 자동차용 시트와 카페트, 에어백 소재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2016년 7월 상장했으며, 연간 3,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두올은 지난달 26일 공시를 통해 오는 3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겠다고 알렸다. 눈길을 끈 것은 제3호와 제4호 안건이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감사위원 등을 선임하는 내용인데 후보자 중 이서진의 이름도 올라있다. 동명이인이 아닌, 모두가 아는 그 이서진이다.

이서진은 부유한 집안과 뛰어난 학력으로도 유명하다. 이른바 ‘엄친아’라는 타이틀이 붙는 대표 연예인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제일은행 행장을 역임했고, 아버지 역시 안흥신용금고의 대표였다. 이서진 본인은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2011년엔 한 자산운용사의 본부장(상무)로 발탁돼 실제 금융계에 발을 들이기도 했다. 이러한 경력을 고려했을 때, 이서진은 사외이사로서의 자격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다소 불편한 시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사외이사를 회사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사외이사 역할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먼저, 이서진이 전문성을 겸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실질적으로 더 큰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홍보’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두올 관계자는 이서진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한 것에 대해 “회사 및 제품 이미지에 부합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경영진과 오너일가에 대한 감시 및 견제다. 그러나 이서진은 두올 조인회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조인회 대표는 두올의 최대주주인 (주)IHC의 최대주주이며, 두올 지분도 9.87% 가지고 있는 2대 주주다. 나이는 이서진이 조인회 대표보다 한 살 더 많다. 지난해 2월 조인회 대표의 부친인 고(故) 조전기 두올 창업주가 별세했을 때도 빈소를 직접 찾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친분관계로 인해 경영진 및 오너일가에 대한 감시 및 견제의 역할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사외이사 이서진’이란 존재감이 두올의 경영투명성 등을 한층 끌어올려 줄 것이란 평가다.

사외이사 제도는 1990년대 후반 도입돼 약 20년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유명무실한 측면이 크다. 전관예우의 도구로 활용하거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인을 앉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영권 분쟁을 겪는 기업이 아니고서는 사외이사가 제 목소리를 내는 일이 드물다. 특히 두올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 중엔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이 극히 낮은 곳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서진은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 공인이다.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하거나, 경영진 및 오너일가의 부정에 눈감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사외이사는 잘해야 본전이고 연예계 활동이 본업이기 때문에, 보통의 사외이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꼼꼼히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서진으로 인해 두올이 언론과 주식시장으로부터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됐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란 평가다.

두올 관계자는 “이서진 씨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후보자로 선정된 지난달 26일에도 직접 모습을 나타내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홍보효과는 이차적인 부분이고, 전문성은 물론 공인으로서 책임감까지 갖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도전에 나섰던 이서진. 그의 사외이사 도전기는 어떤 발자국을 남기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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