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광주역사 주변에서 공공운수·보건의료·금속·공무원노조 등 민주노총 광주본부 조합원들이 '적폐청산, 노조할 권리, 사회 대개혁 총파업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1일 오후 광주역사 주변에서 공공운수·보건의료·금속·공무원노조 등 민주노총 광주본부 조합원들이 '적폐청산, 노조할 권리, 사회 대개혁 총파업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시작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이었다. 임 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교조와 민주노총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민주노총은 이제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하는 힘 있는 조직”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노조할 권리, 결사의 자유는 공공기관에서 마중물이 돼야 한다. 말씀만이 아니라 실제로 추진하기를 당부드린다”는 질의에 이 같이 답한 것.

정부와 노동계의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임 비서실장의 이 같은 발언은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정부가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데다 내·외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최근 민주노총은 제대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다음달 1일에는 문재인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어, 정부와 민노총의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민노총의 지지받지 못하는 투쟁

민주노총이 곳곳에서 질타를 받고 있다. 보수언론은 물론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서도 ‘자포자기’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이달 22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민노총 소속 현대차 1차 협력사 S사 노조의 ‘고용세습’ 명단을 공개하고, 해당 노조가 특정인의 취업을 방해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왔다고 폭로했다. 다만 민노총에서는 실태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7일에도 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유성기업 노조가 사측 간부를 1시간 동안 감금·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민노총을 향한 따가운 눈총은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은 아예 민노총을 향해 ‘조폭노조’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쓰며 비난하는 상황이다. 반면 민노총은 이같은 여러 논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민노총의 관계는 더욱 녹록지 않다. 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한데 이어 지난 21일 총파업을 강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총파업 이틀 전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집회와 시위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이 국무총리의 발언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사회적 약자’ 발언 이후에 나와 양측의 긴장감은 더욱 팽팽해졌다.

정부와 민노총이 연일 갈등 양상을 보이자 정부·여당 지지자들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민노총을 향해 ‘적폐 세력’이라는 비난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민노총과 정부의 갈등은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대선 때 한국노총은 당시 문재인 후보를 공식 지지했다. 이와 달리 민노총은 심상정 후보 지지에 나섰다. 실제로 최근 여러 비위 사건들을 제외한 민노총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정당도 정의당뿐이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교조와 민주노총은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하는 힘 있는 조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교조와 민주노총은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하는 힘 있는 조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 “정부-민노총, 모두 양보하고 타협해야”

민노총은 자신들을 향한 여러 눈총을 거두고 각자 노선을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전국철거민연합 등 50여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민중공동행동은 지난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건물에서 ‘2018 전국민중대회’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다음달 1일 2만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문재인정부 규탄 대회를 열 계획이다. 특히 집회 장소가 국회 앞으로 결정되면서 정치권과의 마찰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날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촛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이 넘었지만 실제 청산된 적폐는 별로 없다”면서 “특히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려는 정부를 보면 오히려 개혁에 역주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10대 요구안도 발표했다. 각 요구안은 ▲노동 ▲농민 ▲빈민 ▲재벌체제 청산 ▲한반도 평화 ▲사법적폐 청산 ▲성평등/인권보호 강화 ▲정치개혁 ▲위험사회 안전환경 제고 ▲국민연금 등 사회공공성 강화 등이다.

일각에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민노총과의 대화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노동중심 사회를 표방했던 정부의 다짐과는 달리 여전히 해결되지 문제들이 산적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는 무색할 정도다. 실천하는 기관도 거의 없을뿐더러 일부 실천하겠다는 곳들도 직접고용이 아닌 새로 설립한 자회사로 이적을 권유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민운동가는 이에 대해 “임종석 실장의 발언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으나, 여전히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고, 법외노조인 단체를 두고 약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표현적인 부분에선 상당히 아쉽다”고 답답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실제 보이는 것과 달리 민주노총 내부는 민주당이나 문재인정부 지지자들이 대다수인 만큼 정부도 민노총도 조금씩 양보해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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