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5·18 발언 논란을 빚은 김진태·김순례 의원을 징계 유예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에 "당규를 무시하라는 것은 도가 지나친 일"이라고 반박했다. /뉴시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5·18 발언 논란을 빚은 김진태·김순례 의원을 징계 유예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에 "당규를 무시하라는 것은 도가 지나친 일"이라고 반박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 말년 '마지막 선택'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앞서 한국당 중앙윤리위원회는 5·18 발언 논란을 빚은 김진태·김순례 의원을 당규를 근거로 징계 유예 처분했는데, '당규에 따른 결정은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당 지도부가 신속하게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당 중앙윤리위가 두 의원의 징계를 유예한 것은 당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 1장 총칙 중 제7조 때문이다. 해당 당규는 "후보자는 후보등록이 끝난 때부터, 투·개표참관인은 당해 신분을 취득한 때부터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인 공고시까지 제9장(벌칙)에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윤리위원회의 회부 및 징계의 유예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27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김진태 의원과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는 김순례 의원은 징계 유예를, 반면 이종명 의원은 제명 처분을 받았다.

한국당의 이같은 당규에 근거한 결정에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여야 4당은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15일 국회에서 '5·18 망언과 극우 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도 개최해 "한국당은 스스로 전두환·노태우의 정당이라고 선언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하며 논란을 빚은 의원들의 제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4당의 주장은 한국당이 어떻게든 논란을 빚은 의원들을 제명 등 강력 징계했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당헌·당규는 국가로 치면 헌법 및 법률과 같은 것으로, 한국당 입장에서는 당규를 먼저 개정하지 않는 이상 당규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또한 '징계유예'는 말 그대로 전당대회 이후로 처분을 미루겠다는 것이지, 무죄를 내린 것은 아니기도 하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번 당규에 따른 윤리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며 임기가 끝날 때까지 번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규를 무시했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타당한 주장인가. 우리가 말하는 '법치'는 어떻게 하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는가"라며 "당헌과 당규의 모순을 지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제1야당인 공당을 보고 당규를 무시하라 말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징계가 유야무야 된다는 식의 비판을 함부로 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라며 전대 이후 징계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논란이 생겼던 당시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도부가 지난 8일 행사 직후에라도 상황을 인지해 조속한 윤리위 회부 등의 결정을 내렸다면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한 '신분보호'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감은 지난 12일까지였다.

이런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번 논란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으나 정치권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먼저 언급했던 것도, 임기 말년의 김 비대위원장이 신속한 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요소로 해석된다.

홍문표 한국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이런저런 이유였다는 항변이 있으므로 인해 사실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고, 그 결과 당헌당규로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출마자들에겐 유보를 하고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 의원은 제명을 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전당대회 이후 차기 지도부의 첫 큰 과제로 해야 하리라고 본다"라며 "(정치권의 제명을 요구하는) 전체적인 분위기에 역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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