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에 나선다. 망사용료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규제 근거를 신설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에 나선다. 망사용료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규제 근거를 신설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글로벌 공룡을 규제 테두리에 가둘 수 있을까. 정부가 나섰다.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규제 근거를 신설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적극 대처에 나선다. 이를 통해 공정경쟁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 정부, 해외 기업 ‘무임승차’ 막는다

8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2019년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방통위는 ‘국민이 중심 되는 방송통신’이라는 비전을 갖고 △방송 공공성·공정성 강화 △국민의 미디어 접근권 확대 및 이용자 권익 증진 △방송통신시장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 △고품질 한류 방송콘텐츠 제작·유통 기반 확충 △인터넷 역기능 대응 등을 추진한다. 

이 가운데 주목을 받는 것은 방통위가 내세운 ‘방송통신시장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 항목이다. 기업 차별을 없애 공정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인터넷 분야에서 국가 간 장벽이 완화되고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기된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다. 

미디어 소비가 모바일 중심으로 급속히 전환되며 통신·인터넷 기업의 가입자는 지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문제가 된 것이 글로벌 사업자의 진입이다. 해당 시장의 경쟁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업 간 차별 문제가 발생했다. 

방통위는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망 이용 시 국내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 간 부당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터넷 기업의 망 이용 관련 불공정행위 규제 근거를 신설한다. 오는 6월까지 ‘공정한 망 이용 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방통위는 ‘방송통신시장의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는 ‘방송통신시장의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 다소 늦은 결정… 미디어 생태계, 변화 올까

그간 인터넷 시장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이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통신사에 망사용료는 내지 않아 이른바 ‘무임승차’ 논란을 일으켜왔다. 현재도 페이스북을 제외한 대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망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호소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이해진 GIO는 “경쟁사는 모두 글로벌 기업”이라며 “그들은 국내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 인터넷 망사용료나 세금을 내는 문제에 있어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에 법이 동등하게 적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급성장한 구글, 넷플릭스, 트위치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 기업은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해 그간 망사용료를 내지 않아왔다. 

방통위가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기업은 국내 인터넷 생태계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통신사와의 계약에 나설 수 있지만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망사용료 계약에 나서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이 최근 SK브로드밴드와 망사용료 계약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IT기업의 좋은 선례를 만들었으나 구글과 넷플릭스의 입장은 그대로다. 

방통위는 이들의 불공정 행위를 법으로 규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규제 집행력도 강화한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 기업과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다.

해외 기업 트위치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사용자가 8배 증가하는 등 급성장을 이뤘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TV의 사용자는 감소했다.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와이즈앱
해외 기업 트위치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사용자가 8배 증가하는 등 급성장을 이뤘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TV의 사용자는 감소했다.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와이즈앱

상반기까지 규제 근거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정부의 실질적 움직임은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다만 일각에서는 다소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해외 기업들이 규제 미비점을 이용해 그간 국내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사용자를 충분히 확보, 국내 기업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졌다는 주장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는 국내 모바일 앱 시장에서 점유율 86%(2018년 11월 기준)를 차지했다. 83%였던 2017년 대비 3% 증가했다. 같은 기간 2위를 기록한 아프리카TV의 점유율은 5%에서 3%로 감소했다. 또 다른 해외 기업인 트위치 역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사용자가 8배 증가하는 등 급성장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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