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법 개정 초안에 따른 의석배분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뉴시스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법 개정 초안에 따른 의석배분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선거제 개편으로 인한 의석 배분방식과 관련된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기자들이 비례대표 의석수를 도출하는 구체적인 계산법을 묻자 심 위원장이 "산식(계산 방식)은 여러분(기자)들이 이해 못한다. 산식은 과학적인 수학자가 손을 봐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산식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해당 발언에 대해 "국민은 몰라도 되는거냐"는 한국당의 비판이 제기되자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식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심 위원장이 선거제 개혁안 초안과 함께 공개한 산식은 아래와 같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19일 발표한 선거법 개정안 초안 중 의석배분 방식에 대한 계산방식. /국회 정개특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19일 발표한 선거법 개정안 초안 중 의석배분 방식에 대한 계산방식. /국회 정개특위

다만 실제로 비례대표 의석 배분과정에 이보다 복잡한 계산식이 적용된다.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인 독일과 뉴질랜드에서는 배분방식으로 '셍트-라귀(Sainte-Lague)'식을 사용하고 있다. 각 정당의 득표수를 홀수로 나누며 나눈 결과의 숫자가 큰 순서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동트(셍트-라귀식에서 홀수가 아닌 자연수로 나누는 방식)'나 '헤어(유효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고, 남은 의석은 1차 배분 후 가장 많이 득표한 정당에 배분하는)'식 등이 있다.

주목할 점은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어떤 방식을 대입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다.

20대 총선 당시 '헤어'식을 대입한 결과 비례대표는 총 47석 중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이 17석, 더불어민주당 13석, 국민의당 13석, 정의당이 4석을 배분받았다. 그러나 동트식을 대입하면 새누리당 17석, 민주당 13석, 국민의당 14석, 정의당 3석이 나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도가 시행됐던 20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 결과 및 의석배분 방식. /시사위크
병립형 비례대표제도가 시행됐던 20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 결과 및 의석배분 방식. /시사위크

20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은 정당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다. '정당득표율 3% 이상 혹은 지역구 5석 이상'이라는 이른바 '문턱조항' 때문이다. 기독민주당은 정당 득표율 2.63%를 기록해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당시 적용된 산식은 '헤어'식으로 각 정당의 득표수를 기수(비례의석을 받은 모든 정당의 득표수/총 비례대표 의석)을 나눈 후 정수만큼 의석 배분을 먼저 한다. 이후 남은 의석은 소수점이 큰 순서대로 나눈다.

각 정당의 득표수를 기수(47만323)로 나누면 새누리당은 16.92, 민주당 12.91, 국민의당 13.51, 정의당 3.66이 나온다. 정수 부분을 우선 의석 배분해 새누리당은 16석, 민주당 12석, 국민의당 13석, 정의당이 3석을 가져간다. 이후 남은 3석은 정수를 제외한 소수자리가 큰 새누리당과 민주당, 정의당이 각각 한 석씩 가져갔다.

20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 의석배분 방식에 '셍트-라귀'식을 대입한 결과. /시사위크
20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 의석배분 방식에 '셍트-라귀'식을 대입한 결과. /시사위크

'동트'식과 '셍트-라귀'식은 각 정당의 득표수를 자연수(1,2,3…)로 나누느냐, 홀수(1,3,5…)로 나누느냐로 구분된다. 득표수를 나눈 결과를 나열하고 총 의석 중 숫자가 높은 순서대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셍트라귀식은 동트식보다 군소 정당이 의석을 확보하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20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 헤어식과 셍트-라귀식을 대입할 경우 같은 결과가 나왔다. 반면 동트식을 활용하면 국민의당은 한 석을 더 가져간 14석을, 정의당은 한 석이 줄어든 3석을 각각 배분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20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 의석배분 방식에 '동트'식을 대입한 결과. /시사위크
20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 의석배분 방식에 '동트'식을 대입한 결과. /시사위크

심 위원장은 논란이 됐던 발언에 대해 "선거제도에 대해서는 소상히 설명을 드렸고, 제도에 따른 계산식은 주무부처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계산식이 나오면 추후에 말씀드리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세부 산식이 "계산식이 아무리 복잡해도 컴퓨터로 처리하면 된다"라거나 "과학적인 수학자가 손을 봐야한다"는 심 위원장의 말처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온 발언으로 해석된다. 현재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선거법 개정 잠정합의안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종갑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선거제도 개정은 결함을 고쳐나가는 과정으로, 추후 점진적으로 손을 볼 수 있다"며 "준연동형비례제가 현행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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