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판정을 받은 맥도날드의 '햄버거 병' 사건이 재점화되고 있다. / 시사위크
지난해 초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판정을 받은 2017년 맥도날드의 '햄버거병' 사건이 재점화되고 있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국맥도날드가 ‘햄버거병’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햄버거병 수사가 1년 만에 다시 도마에 오르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양심고백에 허위보고서 작성 의혹까지

한동안 잠잠하던 햄버거병 이슈가 재부상하고 있다. 2017년 검찰 수사에서 덜 익은 패티의 존재를 부인한 전 맥도날드 점장의 양심고백이 나온데 이어, 시민단체까지 나서 정부를 향해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은 A양 사건의 책임을 묻고 나서면서 관심이 다시 모아지고 있다.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맥도날드 논란은 6개월 동안 이어진 수사 끝에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맥도날드에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종결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최근 맥도날드가 장출혈성대장균(O-157)에 오염된 패티의 존재를 알면서도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재수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4일 <JTBC>가 인터뷰 한 전 맥도날드 점장 K씨는 2년 전 자신이 검찰에서 한 진술이 잘못됐다며 이를 바로잡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방송에서 K씨는 당시 회사 법무팀 변호사가 배석한 자리에서 검찰 측에 덜익은 패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바로 잡았다. 구운 패티가 덜 익는 ‘언더쿡’ 현상을 종종 목격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K씨의 인터뷰는 맥도날드 임원이 오염된 패티의 존재를 감추려 직원에게 허위보고서를 작성 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가 제기된 직후 나와 관련 의혹을 키우고 있다.

3일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국맥도날드 햄버거병 국가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3일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국맥도날드 햄버거병 국가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정치권‧시민단체 ‘햄버거병 재수사’ 전방위 압박

맥도날드의 해명을 뒤집는 내용이 추가로 나오면서 시민단체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3일 ‘정치하는엄마들’은 ‘한국 맥도날드 햄버거병 국가배상 청구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맥도날드를 성토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A양의 모친인 최씨는 “이 비극의 결과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정부기관들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앞서 지난 1월 한국맥도날드와 정부를 식품위생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정치권에서도 맥도날드 햄버거병에 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맥도날드가 오염된 패티의 존재를 감추려 허위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집권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저버린 심각한 범법 행위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검찰은 해당 기업들의 식품위생법 위반 여부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법기관으로부터 무혐의 판정을 받고 한시름 놓고 있던 맥도날드는 상황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5일 한국맥도날드는 보도자료를 내고 A양의 발병은 자신들의 제품과 관련이 없음을 다시 한번 못 박았다.

맥도날드는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진 사법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당사의 제품 섭취가 해당 질병의 원인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움이 밝혀졌다”면서 “그 근거는 잠복기가 의학적, 과학적 잠복기와는 맞지 않는다는 점, 햄버거가 설익었다는 주장을 인정할 근거가 없는 점, 그리고 해당 어린이가 섭취한 제품은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 패티라는 점 등”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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