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SK케미칼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처벌받은 옥시의 공범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조나리 기자
검찰이 SK케미칼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처벌받은 옥시의 공범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조나리 기자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였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를 판매했던 SK케미칼을 옥시의 공범으로 적용하는 안이 검토 중이다. 그간 SK케미칼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만으로 조사를 받아왔었다. SK케미칼이 옥시의 공범으로 기소될 경우 사실상, 국내에서 판매된 모든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 혐의 부인하는 SK케미칼, 거짓 들통나 ‘진땀’

25일 법조계 및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SK케미칼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처벌받은 옥시의 공범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간 SK케미칼은 옥시 등에 PHMG 원료를 공급한 사실은 있지만, 가습기 살균제를 만드는데 사용하는지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PHMG를 사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던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SK케미칼이 PHMG 원료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케미칼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향후 법정에서도 사측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 논란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케미칼은 6년 전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내부 유해성 실험 사실조회를 요청하자 법원을 속인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PHMG는 공기청정기 필터에선 사용이 가능했다. 이에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보고서의 제목이 ‘가습기 청정기’였던 점을 이용해 가습기 살균제 실험을 ‘공기청정기 필터 원료 실험’이라 속였다는 것이다. SK케미칼은 이 같은 이유로 “PHMG가 가습기 살균제로 쓰일 경우 인체에 유해할지 몰랐다”는 주장을 펼쳤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1월과 3월 두 차례 SK케미칼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SK케미칼 직원들이 내부TF를 구성해 가습기 살균제 수사와 소송에 대비해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 고발을 대리한 박종언 변호사(법무법인 해내)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 고발장에도 PHMG에 대한 SK케미칼의 책임을 적시했다”면서 “검찰이 법률적 검토 및 사실관계를 신중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옥시 사건을 통해 이미 PHMG 원료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인정한 만큼 공모관계만 입증되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은 우선 압수수색을 통해 얻은 내부 자료와 PHMG 원료를 납품받은 업체 관계자들의 진술을 보강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옥시 다음으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가습기 메이트’와 관련해, 하청업체 대표와 SK케미칼, 애경 등을 공범으로 적시한 상태다.

박혜정 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많은 피해자들이 정부가 인정한 질환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생명 및 신체적 피해를 입은 모든 피해자들이 피해를 회복하는 길은 모든 제조 기업들을 성역 없이 조사하고 처벌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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