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전 SK케미칼 부사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달 30일, 피해자 및 시민단체들이 법원 앞에서 기자회겨을 열고 있다. /뉴시스
박철 전 SK케미칼 부사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달 30일, 피해자 및 시민단체들이 법원 앞에서 기자회겨을 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철 전 SK케미칼 부사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장검사 출신으로 SK그룹 합류 과정에서부터 상당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그가 파란만장한 행보를 이어가게 된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재판부는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철 전 SK케미칼 부사장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아울러 함께 기소된 SK케미칼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징역 10개월~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박철 전 부사장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들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회사 차원의 TF팀을 만들어 이를 은폐하고자 관련 자료를 폐기한 혐의와 2017년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관련 수사 진행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SK케미칼에게 불리한 유해성 실험 보고서 등을 모두 폐기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박철 전 부사장이 가습기 살균제 관련 보고서 원본을 인멸 또는 은닉한 혐의는 단정 짓기 어렵지만, 검찰 수사를 예상하고 사본의 일부를 인멸 및 은닉한 점 등은 유죄라고 판단했다. 다만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혐의로 함께 기소된 SK케미칼 및 SK이노베이션 법인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특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TF 활동을 하며 정확한 사실을 파악해 밝혔어야 했다”며 “고통에 깊이 공감하지 않은 채 증거자료를 인멸하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로써 박철 전 부사장은 파란만장한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부장검사 출신인 그는 과거 SK그룹 합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인물이다.

박철 전 부사장은 영화 ‘베테랑’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유명한 범 SK그룹 일가 최철원 M&M 대표의 ‘맷값폭행’ 사건 당시 피해자를 업무방해 및 도로교통방해 혐의로 기소했으며, 최철원 대표가 솜방망이 처벌 논란 속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직후 SK건설에 전무로 입사했다.

박철 전 부사장의 이러한 행보는 ‘보은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며 세간의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그룹 합류 이후 그는 SK케미칼과 SK가스의 법무·윤리 부문을 담당하며 부사장으로까지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구속 기소된 뒤 1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박철 전 부사장은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게 됐다.

한편, 박철 전 부사장은 현재도 SK그룹 계열사에 임원으로 몸담고 있다. 2017년 SK케미칼로부터 분사한 SK디스커버리와 SK가스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과거엔 두 곳에서 모두 법무·윤리 부문을 담당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CEO(사장) 보좌’로 담당업무가 변경됐다. 윤리경영을 담당하던 시절 벌인 행위로 실형을 선고받은 그가 SK그룹 임원직을 유지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주진암 부장판사) 판결, 2022년 8월 30일
- SK가스 반기보고서(2022.06)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2년 8월 16일 공시
- SK디스커버리 반기보고서(2022.06)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2022년 8월 16일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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