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뒤 경기도청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뒤 경기도청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다시 정치권 안팎에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 받음으로써 본인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깨끗이 털어냈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도 크게 상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정치인 이재명의 완벽한 부활이다. <연관기사 :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황교안·이낙연 2파전 속 이재명 부상>

하지만 이재명 지사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낮췄다.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근자에 이재명 지지를 자처하며 당과 당원들을 공격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면서 “내부갈등과 분열을 만들고 확대시키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과 함께 하는 동지이고 지지자라면 작은 차이를 넘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성공, 민주개혁세력의 대동단결을 위해 힘을 합쳐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글을 두고 논란이 되자 이 지사는 재차 글을 올려 “우리 안의 차이가 아무리 크다 한 들 우리가 함께 이겨내야 할 상대와의 차이보다 클 수는 없다”며 “촛불혁명은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차이를 넘어 함께 가야 한다”고 지지층을 다독였다. 당내 갈등의 중심이 되지 않겠다는 의사가 분명했다.

◇ 대선경선 후유증 극복에 방점

이 지사가 폭풍의 핵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 민주당 대선경선 때다. 촛불집회 초기 가장 먼저 ‘박근혜 탄핵’을 외치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은 이 지사는 기세를 몰아 민주당 대선경선에 뛰어들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경쟁에 임했고 대선주자 급으로 성장하는 성과도 얻었다. 그러나 그만큼 후유증도 작지 않았다. 대선 후 이 지사는 “지나친 측면이 있었다”며 여러 차례 사죄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적대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경기도지사 후보경선에서 전해철 의원과 경쟁하며 갈등은 재점화됐다. 전해철 의원은 자타공인 친문실세다. 대선경선의 이전투구 양상을 피할 수 없었다. 대국민여론조사에서 앞선 이 지사가 경선에서 결국 승리했지만, 당원투표에서는 전 의원이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당내 친문 지지자들의 이 지사에 대한 반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후유증은 경선을 넘어 지방선거까지 계속됐다. 일부 문 대통령 극성지지자들은 ‘혜경궁 김씨’ ‘친형 강제입원’ 등 각종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고, 심지어 일간지 광고를 내는 일도 벌어졌다. 야당 지지자들까지 가세하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모든 난관을 딛고 경기도지사에 당선됐지만, 이 지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경찰의 수사였다. 이 지사 지지층은 친문세력의 정적 제거 음모라며 극렬히 반발했고, 이 지사도 울컥하는 모습을 꽤나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무죄 선고 후 일부 언론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이른바 ‘비문’ 진영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존 당내 친문인사에 더해 청와대와 내각 출신들까지 뛰어드는 상황에서, 비문진영이 이 지사를 중심으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사는 싸움 보다는 화해를 청하는 모양새다. 친문실세 중 한 명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의 만남에서 확인됐다. 두 사람은 공개 비공개를 가리지 않고 보란 듯이 끈끈한 모습을 연출했고, 내친 김에 저녁식사와 술자리까지 함께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자는 암묵적 시그널이고 이를 이 지사가 수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간 이 지사가 꾸준히 친문 지지층에 화해와 화합의 메시지를 던져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친문진영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경기도는 인구가 이미 서울을 넘어섰고 군대 없는 국가 수준이기 때문에 전국단위 정책들과 연계가 필요하다”며 “업무협약을 통해 경기도 지역 출마후보들의 공통 공약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뒤풀이 식사자리에서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화기애애한 대화가 이어졌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