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권 최대 상권인 영등포역 상업시설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입찰에 롯데와 신세계, AK가 참여하면서 3파전 양상을 띄게 됐다. / 네이버 지도
서울 서남권 최대 상권인 영등포역 상업시설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입찰에 롯데와 신세계, AK가 참여하면서 3파전 양상을 띄게 됐다.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서울 서남권 최대 유통 격전지가 된 영등포역사의 새 주인 찾기가 ‘롯데‧신세계‧AK’ 3파전 양상을 띄게 됐다. 다크호스로 등장한 에이케이에스앤디(AKSND)가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켜 서울 수성이라는 상징성을 지켜냄과 동시에, 턴어라운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 ‘빅2’ 맞붙는 영등포역사 … 다크호스 떠오른 AK

한국철도시설공단이 3일 영등포역 상업시설 사업제안서를 받은 결과 세 곳이 입찰에 참가했다. 터줏대감인 롯데와 업계 맞수인 신세계, 오는 8월 구로점 폐점을 앞두고 있는 AK플라자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공단은 10일까지 접수받은 사업제안서를 토대로 입찰자격 사전심사를 진행한 후 다음날 적격자를 통보할 예정이다. 1차 관문을 통과한 업체들은 경쟁입찰에 돌입해 최고가를 제시한 곳이 낙찰자로 선정되게 된다.

현 시점에서 국내 유통업 양대 산맥인 롯데와 신세계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자금력 등 수치적인 부분에서부터 네임벨류 같은 관습적인 요소까지 AK에 크게 앞선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30년 넘게 영등포역사 운영권을 쥐어온 터줏대감이라는 점도 롯데의 강점으로 통한다. 신세계는 기존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과의 시너지를 내겠다며 강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최근 인천터미널점을 롯데에 내준 상황인지라 패배할 경우 또 다시 체면을 구기게 된다.

객관적 전력에서 뒤지는 AK로서는 결코 호락호락 않은 싸움이다. 일각에서는 영등포역사 인수전을 롯데와 신세계, 두 유통공룡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강하다. 입찰자격 적격자를 가리는 관문도 통과가 쉽지 않을 거라며 AK를 논외로 두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하지만 AK 역시 영등포역사는 쉽게 양보할 수 없는 건곤일척의 심정으로 승부를 겨뤄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오는 8월 AK플라자 본점인 구로점이 문을 닫게 되면 AK는 서울에 거점을 잃게 된다. 지난 1993년 채형석 회장이 첫 번째 백화점으로 세운 구로점은 그룹의 헤드쿼터로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영업 악화로 더 이상 점포를 운영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하면서 폐점에 이르게 됐다. 이로 인해 AK플라자는 수도 서울에 단 한 곳의 백화점도 보유하지 못하게 된다. 근린형 상가 개념인 NSC(상권 특화형 쇼핑센터)를 제외한 순수 백화점은 경기 분당과 수원, 평택, 강원 원주 단 4곳 뿐이다.

◇ 서울 잃고 경영 악화까지… 궁지 몰린 에이케이에스엔디

회사 실적을 끌어올리는 교도부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영등포역사는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곳이다. 수도권과 지방에서만 영업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AK플라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AK플라자를 운영하는 에이케이에스앤디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영업적자를 이어온 끝에 지난해 기부금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3,000억원을 넘겼던 연매출도 2,8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특히 10년째 자본잠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10%대이던 자본잠식률은 60% 문턱에 접어들었다. 증자와 감자 등 자본잠식에서 탈출하기 위한 대책을 실행에 옮겼지만 별다른 소용은 없었다. 자본 유연성을 발휘했지만 정작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수렁이 깊어졌다. 순손실 발생을 막지 못했고 결국 자본잠식률은 크게 치솟았다. 연매출 5,000억원이 넘는다고 알려진 영등포 백화점 부지는 AK플라자에게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터인 것이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영등포 역사가 매력적인 건 분명하지만 구로점 폐점과는 연관이 없이 입찰 참가가 이뤄졌다”면서 “현재 회사는 업태가 어려운 백화점 보다는 NSC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럼에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사업 가능성이 큰 만큼 적격 심사를 통과하면 최종 입찰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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