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6 07:45
노무현의 한미FTA와 문재인의 탈일본화 교집합 '김현종'
노무현의 한미FTA와 문재인의 탈일본화 교집합 '김현종'
  • 정계성 기자
  • 승인 2019.08.08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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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노무현 전 대통령 8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낭독했던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지난 2017년 노무현 전 대통령 8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낭독했던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6일 개최된 국회 운영위에서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국제적인 통상 전문가시고 거의 서희 장군에 비하는 경제 안보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고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을 추켜세웠다. 그것도 김현종 차장 보다 윗선이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 ‘3실장’이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다. 김현종 차장의 위상이 직책 보다 중하다는 방증이었다.

청와대 안팎의 평가도 비슷하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던 지난 2일 김 차장은 춘추관에서 브리핑했다. “우리 수출이 증가하면 할수록 일본으로부터 핵심 소재와 부품 수입이 동시에 증가하는 가마우지 경제 체제로부터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결정권자 정도나 할 수 있는 수준의 말이었다.

이를 두고 한 기자는 “락 음악을 틀어놨는데 가수가 정장을 입고 있다”고 표현했다. 메시지와 메신저의 격이 전혀 맞지 않다는 의미다. 안보실 2차장이 대통령의 외교통상 분야 판단을 조언하는 차관급 고위인사지만, 국내 산업구조 개혁 전반을 얘기할 위치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그만큼 김 차장이 일본 수출규제 국면에서 정부 정책기조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메시지의 내용은 명확하다. 일본발 무역규제를 계기로 국내 경제구조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감세, 화관법 등 규제완화, 기술개발지원, 세무조사 면제, 주52시간 근무제 탄력적용 등 다양한 정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검토되고 또 일부는 추진되고 있다. 평시라면 이 중 하나를 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일본발 무역규제가 이를 가능케 했다.

브리핑을 위해 춘추관에 들어서고 있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뉴시스
브리핑을 위해 춘추관에 들어서고 있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뉴시스

청와대와 정부는 ‘한시적 조치’임을 강조한다. ‘일본 수출규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조치들도 시행이 되는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의에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이 있는 분야에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일본발 규제개혁을 동력삼아 정부의 정책과제들을 원 포인트로 처리하려는 충격요법이 아니냐는 의심이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신을 누누이 강조해왔으나, 성과가 지지부진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인터넷 전문은행만 해도 출범조차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 외부충격을 통한 내부개혁 공통점

김 차장이 과거 한미FTA라는 외부쇼크를 통해 국내 산업구조 변혁을 꿈꿨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특히 설득력을 더한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김 차장은 콜럼비아 대학에서 JD 과정을 마치고 M&A 전문 로펌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다. 이후 WTO 사무국과 법률국에서 국가간 통상분쟁 문제를 주로 다뤘다. 당선자 시절 김 차장을 만나 크게 감명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에 파격 발탁됐었다. 노 전 대통령으로 하여금 한미FTA에 적극 나서도록 설득한 이가 바로 김 차장이다.

지지층의 이반을 무릅쓰고 노 전 대통령이 한미FTA를 강행한 이유는 ‘개혁’에 대한 강한 열망 때문이었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기득권의 강대함을 경험했던 노 전 대통령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라는 외부충격으로 국내 산업구조 개혁이 가능하다는 말은 노 전 대통령의 구미를 당겼을 수 있다. 김 차장은 일본식 경제발전 모델에서 탈피하고 서비스 등 3차 산업 구조로 재편하기 위해서라도 한미FTA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참여정부 청와대에 몸담았으면서 한미FTA를 강하게 반대했던 정태인 전 행정관은 당시 언론 기고문에 다음과 같이 술회했었다.

“FTA는 두 나라의 국경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경제·사회 체제를 송두리째 바꿔놓는 것이다. 강한 나라의 제도가 상대방 나라의 내부를 뒤흔들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미국형 FTA는 말 그대로 외부쇼크다. 김현종 본부장은 너무나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미 통용되지 않는 일본식 경제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미국과 FTA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한국경제를 달성하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중략… 어떻게든 나라를 개혁하겠다는 노 대통령 눈에는 (한미FTA가) 여의봉으로 보였다. 개혁을 위한 외부쇼크를 발견한 것이다. 김현종의 전략 없는 FTA 로드맵과 노무현 대통령의 끝없는 개혁욕구가 만난 순간이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탈일본화 정책의 중심에 김 차장이 있다면, 갈등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개혁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8일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일본이 수출규제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실제 피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이라며 “과도하게 한 나라에 의존한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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