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뒤늦게 지난해 임단협을 매듭 짓고 상생선언에 나섰던 르노삼성 노사가 또 다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월, 뒤늦게 지난해 임단협을 매듭 짓고 상생선언에 나섰던 르노삼성 노사가 또 다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임단협을 해를 넘기는 진통 끝에 마무리 짓고 ‘노사상생’을 선언했던 르노삼성자동차가 불과 두 달여 만에 또 다시 갈등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측이 생산감소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필요성을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며 올해 임단협은 더 큰 난항이 예상된다.

르노삼성 노사는 다음 달 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019년도 임단협 협상에 돌입한다. 대다수 노사가 그렇듯, 냉랭한 긴장감이 형성되는 시기다. 임금, 복지, 근로조건 등 노사의 이해관계가 출동하는 사안을 두고 줄다리기가 임박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르노삼성의 분위기는 평소 임단협을 앞두고 있을 때 이상으로 심상치 않다. 두 달여 전 노사가 손을 맞잡고 ‘상생선언식’을 가졌던 것이 무색할 정도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앞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성공했으나, 지난해엔 국산차 업계에서 유일하게 해를 넘겨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등 진통이 상당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파업과 사측의 부분 직장폐쇄가 단행되기도 했다.

난항은 마지막까지 계속됐다. 지난 5월 노사가 마침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노조 조합원 투표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결국 최종적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은 해를 넘겨서도 반년이 훌쩍 지난 6월 중순에 이르러서다.

당시 르노삼성 노사는 임단협 조인식과 함께 노사 상생선언식을 열고 갈등으로 점철됐던 노사관계 봉합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노사갈등을 기억하고 되풀이하지 않는 한편, 화합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정신을 담은 상생선언문도 공동 발표했다. 상생·화합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회복하고 신차 생산 기회 및 물량을 확보해 고용안정과 회사의 지속성장, 지역 경제 활성화 기여,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등을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상생선언문에는 분쟁보단 화합을 추구하며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해 사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아울러 노사분쟁을 없애고 생산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사 평화기간’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처럼 1년여의 갈등을 뒤로하고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르노삼성 노사지만, 두 달여가 지난 현재는 또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르노삼성은 최근 노조 간부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생산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전달했다.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벌어진 파업 등으로 인해 전체 생산물량의 절반을 차지해오던 수출용 닛산 로그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이 올 상반기 파업으로 납기를 맞추지 못하자, 닛산 측은 르노삼성에 주문했던 물량 중 상당부분을 취소하고 이를 일본 공장에 배정했다. 이로 인해 연간 10만대 수준이었던 수출용 닛산 로그의 올해 주문물량은 6만여대로 뚝 떨어졌고, 9월 이후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여기에 내수시장 판매부진도 지속되면서 르노삼성의 전체 생산·판매실적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행히 르노삼성은 내년 3월까지 1만4,000여대의 추가물량을 닛산으로부터 확보하며 급한 불은 끈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생산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이미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에 르노삼성은 시간당 생산량을 기존 60대에서 45~50대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400여명의 유휴인력 발생이 예상되며 희망퇴직, 순환휴직 등의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사측이 구조조정 가능성을 내비치자 노조는 즉각 강하게 반발하며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사측이 일방적이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강행할 경우 연대 세력과의 공동대응 등을 통해 적극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르노삼성 측은 인력 구조조정 여부 및 방안 등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으며,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강구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년 수출용 닛산 로그 물량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노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어서 적잖은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같은 인력 구조조정 사안은 코앞으로 다가온 2019년도 임단협 또한 험난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임단협 이상의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도미닉 시뇨라 사장의 고민도 한층 더 깊어질 전망이다. 2017년 11월 취임한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첫 임단협이었던 지난해부터 극심한 갈등을 마주한 바 있다. 도미닉 시뇨라 사장이 취임하기 전까진 3년 연속 무분규였기에 그의 리더십에도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 임단협도 지난해 못지않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또 다시 험로를 헤쳐 나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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