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로 대표되는 일본 맥주의 인기가 급락하고 있다. 국내에서 아사히는 아사히그룹홀딩스와 롯데칠성음료가 50% 출자해 합작해 설립한 롯데아사히주류가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 롯데아사히주류
아사히로 대표되는 일본 맥주의 인기가 급락하고 있다. 국내에서 아사히는 아사히그룹홀딩스와 롯데칠성음료가 50% 출자해 합작해 설립한 롯데아사히주류가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 롯데아사히주류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일본 맥주의 대표주자격인 아사히의 국내 유통을 맡고 있는 롯데아사히주류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무역보복에서 비롯된 일본 제품에 대한 보이콧 여파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 ‘탑10’서 밀려난 재팬비루… 흔들리는 ‘대들보’

‘재팬비루’의 인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달 일본산 맥주 수입액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22만3,000달러로, 전체 수입맥주 중 13위에 그쳤다. 수입 중량(245.2톤) 기준으로는 15위다.

일본산 맥주가 1위 자리를 내준 건 10여년 만이다. 일본산 맥주는 2009년 1월 미국 맥주를 제친 뒤 올해 상반기까지 선두자리를 지켜왔다. 지난 7월 무렵부터 불씨가 피어오른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가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 셈이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일본 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감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대목이다. 주춤하긴 했지만 불매운동 초기인 7월만 해도 일본 맥주 수입액은 상위권에 머물렀다. 벨기에와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입 규모를 유지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하지만 한 달 사이에 프랑스와 멕시코 등에도 밀리며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같은 동북아권인 중국 맥주가 1위에 오르면서 일본의 사정과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칭따오로 대표되는 중국 맥주는 일본 제품보다 20배 많은 462만1,000달러 어치가 수입됐다.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 등 할인행사가 좋은 반응을 얻은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아사히 등 일본 맥주는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에서 퇴출되다시피 하면서 유통망에 구멍이 뚫렸다.

일본 맥주가 맥을 못 추게 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건 단연 아사히다. 인지도와 수입량, 점유율 면에서 아사히는 일본 맥주 브랜드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일본 맥주 중 아사히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브랜드별 수입량 증감액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일본 맥주 수입량이 급감한 배경에는 아사히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아사히는 일본산을 통틀어 수입 맥주에서는 보기 드물게 차승원, 소지섭, 조인성 등 유명 연예인을 앞세우며 한국 시장에 공을 들여왔기에 최근 상황에 크게 당황한 기색이다. 국내에 아사히를 유통하고 있는 롯데아사히주류는 판매량 변화 등 내부 사정에 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는 ‘보이콧 재팬’을 실천할 수 있는 손쉬운 분야다 보니 일본 맥주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양성과 품질 면에서 진보하고 있는 국산 맥주를 뒤로한 채 비싼 값을 지불하고 굳이 일본산을 찾으려는 소비자들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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