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청소년 에이즈 발병 원인으로 '동성애'를 꼽았다. 사진은 질병관리본부가 2012~2018년 조사한 에이즈 발병 원인인 HIV 감염 내국인 성별 ‘감염경로’ 현황. / 그래픽=시사위크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청소년 에이즈 발병 원인으로 '동성애'를 꼽았다. 사진은 질병관리본부가 2012~2018년 조사한 에이즈 발병 원인인 HIV 감염 내국인 성별 ‘감염경로’ 현황. / 그래픽=시사위크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항문 성교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에 감염되는데 그걸 조장하는 게 동성애”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에게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동섭 의원이 청소년의 에이즈 발병 원인으로 ‘동성애’를 꼽은 셈이다. 과연 사실일까. 먼저 이 의원이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표현한 것부터 틀렸다. 에이즈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 감염으로 신체 면역 세포가 파괴돼 면역 기능이 떨어짐으로써 기회감염이 생기는 증후군이다. ‘병에 걸렸다’는 표현이 옳은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청소년이 항문 성교로 에이즈에 걸렸다’는 주장 역시 확인하기 어렵다. 질병관리본부가 내국인 HIV 감염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감염 경로’는 ▲이성 간 성접촉 ▲동성 간 성접촉 ▲수직감염 ▲마약 주사 공동사용 ▲수혈/혈액제제 ▲무응답 등이다.

감염 경로 조사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한 것은 성별뿐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연령대에 따른 감염 경로는 조사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항문 성교는 동성뿐 아니라 이성 사이에도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비춰볼 때 이 의원 발언은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 아닌 셈이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3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HIV) 감염 경로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 중 청소년도 (답변 대상에) 있을 수 있지만, 통계로 ‘청소년이 몇 명이다’고 나누지는 않는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해 (감염 경로에 대해 조사한 뒤) 연보로 발행한다”라면서 “(HIV 감염 예방 차원에서) ‘콘돔 사용’을 통한 안전한 성접촉에 대해 말한다”고 했다.

한국 HIV/AIDS 감염인 연합회 관계자 역시 이 의원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 의원이 주장한 것은 터무니없는 거짓”이라며 “에이즈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 누구나 (에이즈에) 걸릴 수 있기에 안전하게 (성관계를)해야 한다”고 했다. 에이즈 예방 방안으로 ‘안전한 성관계’를 언급한 것이다.

다만, 이 의원 주장이 완전히 틀린 것으로 보기 힘들다. 동성 간 성접촉, 즉 ‘동성애’ 또한 에이즈 발병 원인으로 꼽히는 HIV 감염 경로로 지목된다.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한 HIV 감염 사례가 ‘이성 간 성접촉’보다 적을 뿐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작성한 2018년 ‘HIV 감염경로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성 간 성접촉은 425건이다. 같은 해 동성 간 성접촉으로 인한 HIV 감염 사례는 374건으로 조사됐다. 반면, 기타 사례인 ‘수직 감염·마약 주사 공동사용·수혈/혈액제제’에 의한 HIV 감염 사례는 최근 5년(2012~2018년) 사례를 통틀어 단 3건에 불과하다.

이 의원 역시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청소년이 항문 성교 같은 것으로 (HIV) 감염 사례가 있으니까 대책 마련 차원에서 발언한 것”이라며 “이성간 성접촉에 의한 HIV 감염 사례가 많지만, 동성 간 특히 자라나는 청년 세대들이 국방 의무를 하며 (HIV) 감염 사례도 있어서 걱정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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