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빨간 리본은 에이즈 감염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지지하며, 이해하고 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표식이며 HIV/AIDS 질환에 대한 사회적 교육을 강조하고 HIV/AIDS 환자들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지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1991년 미국의 토니상(Tomy Award) 시상식에서 영화배우 ‘제레미 아이언스’가 리본을 달고 참석한 것이 레드 리본의 공식석상에서의 첫 공개다. 에이즈가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레드 리본도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이제 전 세계 에이즈 예방과 퇴치를 위한 행사에서 상징물이 됐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매년 12월 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에이즈의 날이 제정된 때는 1988년으로, 당시에는 ‘20세기 흑사병’이라 불릴 만큼 감염되면 곧 사망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그간 의학은 발달했고,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도 약물을 통해 관리가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에이즈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은 점은 환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치료를 늦추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기까지 한다.

◇ 치료제 개발·의학 발전, HIV 감염인 기대수명 높여

에이즈는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돼 면역력을 상실하게 되는 질환이다. HIV가 처음 발견된 때는 1986년이다. 당시 의학·제약 업계에서는 HIV를 퇴치 및 관리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했다. 그 결과 이듬해 GSK(글락소 스미스클라인)에서 첫 HIV 치료제인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 ‘지도부딘(ZDV)’을 개발했다. 이후 30여년이 지난 현재는 글로벌 제약사 및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서도 연구개발을 지속한 끝에 자체 개발한 HIV 치료제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이로써 현재는 HIV 감염인의 기대수명이 급격히 증가했다. 연구에 따르면 2008~2010년 기준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한 20세 HIV 감염인의 기대수명은 약 78세로 예측된다고 GSK 측은 설명했다.

치료제의 발전은 추가적인 감염의 가능성 또한 낮추는 것에도 기여했다. GSK 측은 지속적인 HIV 치료제 복용을 통해 바이러스 미검출 수준을 유지하면 타인을 감염시킬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U=U(미검출=감염불가, Undetactable=Untransmittable)’ 개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HIV 감염인의 수는 2019년 기준 전 세계 약 3,620만명, 국내는 1만3,857명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중 신규 HIV 감염인의 연령대는 낮아지는 추세로 조사됐다. WHO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5~49세의 신규 HIV 감염인은 전 세계 신규 감염인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지난해 신규 HIV 감염인 중 20~30대가 절반 이상(63.7%)을 차지했다.

HIV를 100%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나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의학 발달 덕분에 이제는 하루 한 알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HIV 감염자들의 증상을 완화 및 억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능해졌다. / 게티이미지뱅크
HIV를 100%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나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의학 발달 덕분에 이제는 하루 한 알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HIV 감염자들의 증상을 완화 및 억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능해졌다. / 게티이미지뱅크

◇ 치료제 효과는 높아졌지만… 국내 HIV 감염인 78% “평생 치료제 복용, 스트레스”

HIV에 감염되면 장기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치료제는 감염인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발전돼 왔다. 한 번에 복용해야 하는 치료제의 개수도 한때는 30알에 달했으나 이제는 하루 1알로 줄어들었다.

HIV 치료를 위해 기존에 3가지 이상의 약제를 한 알로 결합한 단일정을 하루 한 번 복용했던 것이 이제는 2가지 약제를 합친 2제요법으로까지 나아갔다. 과거에 비해 HIV 치료 환경은 개선되고 있으나, 완치가 가능한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아 평생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감염인들의 고민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다.

GSK는 올해 HIV와 에이즈 치료에 대한 인지 제고를 목적으로 2,000여명의 감염인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연구(Positive Perspectives)의 2차 조사(Wave 2)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HIV 감염인들이 장기적인 치료제 복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나이가 들면서 HIV 이외에 다른 건강 문제에도 걱정을 하고 있다는 부분이 확인됐다. 연구에서 감염인의 약 67%는 HIV 치료에 있어서 장기적인 약물의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50세 이상 HIV 감염인들의 경우에는 4명 중 1명이 HIV 이외에 심혈관계 질환·당뇨·신장·간 질환 등 신체적 건강을 포함해 정서적 건강·성적 건강 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국내 HIV 감염인들은 치료제의 효과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만, 평생에 걸친 치료제 복용이 부담된다는 답변의 비율이 높았다.

◇ 에이즈·HIV 인식 변화해야… 단순 접촉으로 전염되는 질병 아니야

국내 HIV 감염인 단체 ‘러브포원’이 올해 발간한 ‘2020 HIV·에이즈에 대한 HIV 감염인 인식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염인 210명 중 복용 중인 HIV 치료제가 효과가 있다는 답변이 96.2% 수준까지 나타났지만, 평생 HIV 치료제 복용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답변도 78.1%로 높게 나타났다. 평생 치료제 복용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답변은 지난 2018년 조사 결과인 60% 대비 18.1%p 증가했다.

아울러 국내 HIV 감염인들은 일상 속에서 접하는 HIV 관련 혐오, 비하 발언으로 인해 좌절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HIV·에이즈 관련 혐오 표현을 접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매우 자주 듣거나 본다’ 또는 ‘가끔 듣거나 본다’고 답변한 사람의 비율은 약 92.2%에 달했다.

이러한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HIV 감염인들의 적극적인 치료를 방해하는 잠재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HIV 감염인들은 치료를 위해 병원(감염내과)를 방문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한 질문에서 76.2%가 ‘아는 사람을 만날 것 같아서’였으며, 70%가 ‘HIV 관련 진료 기록이 남을 것 같아서’라고 응답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은 HIV 보균자 또는 에이즈 환자와 단순 접촉 및 성관계로 HIV가 전염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HIV 감염이 에이즈 발병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게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왜곡된 정보가 퍼져나가지 않고 HIV 감염자들의 치료가 원활히 행해지기 위해서는 에이즈와 HIV에 대한 인식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와 제약바이오 및 의료업계에서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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