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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본 21대 국회
[미리 본 21대 국회③] 군소정당 당선인들의 '오늘과 내일'
2020. 05. 19 by 권신구 기자 sgkwon28@sisaweek.com

동물국회와 식물국회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던 20대 국회가 막을 내린다. 지난 4‧15 총선을 통해 선출된 21대 국회의원 임기는 오는 30일부터 시작된다.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대한민국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미래 비전에 한 표를 행사했고, 177석 거대 여당과 여대야소 정국을 만들어냈다. 국민들은 이들에게 기회를 줬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는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달렸다. <시사위크>는 앞으로 4년 동안 21대 국회를 이끌어갈 국민의 일꾼들로 어떤 인물들이 진입했는지, 또 그들의 과제는 무엇인지, 그들에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무지개가 뜬 국회의사당 전경/뉴시스
무지개가 뜬 국회의사당 전경/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21대 총선은 군소정당의 무덤이었다. 비례대표 선거에 뛰어든 정당만 35개였고, 역대 최장인 48cm 투표용지가 나타났다. 말 그대로 군소정당의 난립이었다. 심지어 20대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민생당은 이번 총선에서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180석을 거머쥐었고 보수야당인 통합당은 103석을 차지했다. 반면 정의당은 6석, 국민의당은 3석의 의석만을 가져갔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의 의석수를 합쳐도 전체 의석의 3% 밖에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원내 1‧2당이 비등할 때야 군소정당이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하지만, 거대 여당이 탄생한 21대 국회에서는 사실상 그마저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군소정당 당선인 대부분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다. 비례대표는 당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면면이 곧 21대 국회에서 당이 추구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셈이다. 차기 국회에서 이들의 행보가 당의 존재감으로 직결되는 만큼 어깨가 무거워 질 전망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회의실에서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교육워크숍에 참석해 노란색 옷을 밉고 당선인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진교·이은주·강은미·심상정 대표·장혜영·류호정. /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회의실에서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교육워크숍에 참석해 노란색 옷을 밉고 당선인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진교·이은주·강은미·심상정 대표·장혜영·류호정. /뉴시스

◇ 정의당 당선자 다수 ‘노동운동가’ 출신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를 제외한 5명의 당선인(류호정‧장혜영‧배진교‧강은미‧이은주)이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성별로는 여성 5명과 남성 1명이다.

21대 국회 정의당 당선인들의 키워드는 ‘노동운동’이다. 정의당은 그간 ‘노동권 사각지대의 정당’임을 강조해 왔다. 이런 점에서 이번 당선인들이 거의 모두 노동운동에 참여했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의당에서 유일한 지역구 당선자인 심 대표(경기 고양갑)는 1980년 구로공단에 취업해 노동조합을 결성한바 있다. 이후 1985년 서울노동운동연합에 참가해 지도위원을, 1990년에는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쟁의국장‧조직국장 등을 맡았다. 이후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며 노동운동가로서 행보를 이어오다 2004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비례대표 당선인 류호정‧배진교‧강은미‧이은주 당선인도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류호정 당선인은 게임회사에서 근무한 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홍보부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진교 당선인 역시 노동운동을 위해 1992년 인천 남동공업단지 부품 공장에서 근무했다. 이 과정에서 프레스기에 새끼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강은미‧이은주 당선인도 마찬가지다. 강 당선인은 근무하던 회사에서 출산‧육아휴직 문제로 부당해고를 당한 뒤 복직투쟁을 하면서 노동운동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 당선인은 서울교통공사 역무원으로 근무하다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서울지하철공사 노동조합 역무 지회장‧정책실장‧여성부장 등을 역임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운동 등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의당 당선인 중 유일한 비노동운동가 출신에 장혜영 당선인이 있다. 장 당선인은 장애인 인권운동가 겸 영화감독 출신이다. 2018년 발달장애 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함께 지내면서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을 만들었다. 장애인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그는 지난해 정의당에 입당했다. 이후 비례대표 후보 경선을 뚫고 정의당 비례대표 2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정의당은 심 대표를 제외한 모든 당선인이 초선이다. 다만 지역 정치권에서 활동을 이어온 당선인들이 있는 만큼, 이들이 국회에서 보여줄 모습을 기대해 볼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먼저 배진교 정의당 당선인은 2010년 인천 남동구청장을 지냈다. 진보정당 최초의 기초단체장 출신이다. 최근 정의당 신임 원내대표로 배 당선인이 추대된 데에도 정무경험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강은미 당선인 또한 광주에서 구의원과 시의원을 거치며 정치 활동을 이어왔다

21대 총선 국민의당 당선인. 왼쪽부터 최연숙, 이태규, 권은희 당선인 /국민의당-뉴시스
21대 총선 국민의당 당선인. 왼쪽부터 최연숙, 이태규, 권은희 당선인 /국민의당-뉴시스

◇ 국민의당, 전‧현직 의원에 의료인까지

국민의당의 경우 ‘전문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국민의당은 3명의 당선인(최연숙‧이태규‧권은희)이 국회에 입성한다. 이들은 전‧현직 의원과 의료인 출신이다.

가장 먼저 국민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최연숙 당선인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구 봉사활동을 했던 계명대 동산병원 간호부원장 출신이다. 국민의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감염병’ 예방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최 당선인의 전문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가 국민의당 비례대표 1번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실제로 최 당선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염병 예방법 개정’을 가장 첫 번째 목표로 설정했다. 상임위 또한 보건복지위원회 배정을 희망하며 의료인으로서 강점을 부각시키겠다는 심산이다.

전‧현직 의원으로 다시 국회에 입성한 이태규 전 의원과 권은희 의원은 국회 경력자라는 측면에서 국민의당 의정활동에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이들을 두고 비판도 있었지만, 국민의당은 의정 활동에 ‘경험적‧기술적’ 측면을 강조하며 두 전‧현직 의원을 앞세웠다.

한편 민주당의 형제정당임을 자처했던 열린민주당은 비례대표로 3석을 확보했다. 도시건축가이자 전 국회의원 출신의 김진애 원내대표, 전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의 최강욱 당대표, 교육시민단체 활동가인 강민정 당선인이 금배지를 달았다. 

21대 국회에 입성하는 열린민주당 당선인들. 왼쪽부터 최강욱 당대표, 김진애 원내대표, 강민정 당선인. /뉴시스
21대 국회에 입성하는 열린민주당 당선인들. 왼쪽부터 최강욱 당대표, 김진애 원내대표, 강민정 당선인. /뉴시스

◇ 21대 국회서 군소정당 생존법

21대 국회에서 군소정당의 설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더욱이 민주당이 ‘슈퍼 여당’이 된 상황에서 군소정당은 과거 ‘캐스팅 보터’로서 역할조차 기대할 수 없는 분위기다. 

실제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원내대표 선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대 국회에 비해 역할이 작아질 것이라는 얘기에 현실만 지켜본다면 그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정당들은 자신만의 ‘색’을 강조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진 정의당은 20대 국회의 ‘트림탭(방향타)’ 역할을 자처하며,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정의당은 진보정당으로서 할 일에 집중하겠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논의가 더뎠던 ‘차별 금지법’에 다시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진보정당 모습을 회복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배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호 법안은) 지난 총선 때 ‘차별금지법’이 될 것이라 약속을 드렸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끊임없이 야권통합 구설수에 휘말렸던 국민의당 역시 ‘혁신‧경쟁’을 앞세우며 몸풀기에 나서고 있다. 안 대표는 전날(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어떠한 통합이나 연대 이야기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지, 야권에서 어떻게 앞서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총선 과정에서 줄곧 강조해왔던 ‘일하는 국회법’을 위해 당력을 모으고 있다. 혁신을 강조함으로써 야권을 견인하겠다는 방침이다. 권은희 의원은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야권 전체에 혁신을 통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공통의 숙제가 있다”라며 “공통의 숙제를 위해 안 대표가 야권의 중심적 역할을 함으로써 혁신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린민주당 역시 ‘등대정당’을 자처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취임 후 “대한민국 국회, 정치, 검찰, 언론을 바꾸라는 중요한 사명을 안겨주었다”며 “그 사명을 완수하라는 뜻으로 지금도 열정적인 지지를 보내준 당원들을 위한 등대정당”이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