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의 역할 분담이 눈에 띈다. 사진은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의 역할 분담이 눈에 띈다. 사진은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번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 국면에서 악역을 자처한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와 협상 테이블에서 야당과 대화하는 김태년 원내대표의 역할 분담이 돋보이고 있다. ‘현재 당내 최대 강경파는 이 대표’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그는 협상 파트너인 미래통합당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달 3일에는 “법에 따라 국회를 여는 것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혀 ‘법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9일에는 당내 ‘투톱’인 김 원내대표를 향해 “(원 구성 협상이) 이번 주를 넘기면 김태년 원내대표 책임”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0일에는 “자꾸 국회 개원을 방해한다면 단독으로 개원할 수밖에 없다”고 통합당의 숨통을 죄었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법에 따라 법정 시한인 지난 8일까지 원구성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방침을 세웠지만, 통합당이 상임위 정수 조정 문제를 거론하자 일단 한 발 물러서서 이번주까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통합당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가져가겠다고 주장할 경우, 18개 상임위를 민주당이 모두 가져가도록 표결에 부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이 대표는 통합당 뿐 아니라 김 원내대표를 향해서도 강한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당 대표가 원구성 협상에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1대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현재 ‘원외 당대표’ 상태다. 원외에 있으면서도 당내 투톱인 원내대표의 등을 떠미는 ‘악역 아닌 악역’까지 자처한 상황인 셈이다. 

◇ 이해찬 대표의 강한 장악력

노련한 이 대표가 원내 상황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문재인 정부 하반기 국정과제 수행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김태년 원내지도부가 힘을 얻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대표가 ‘악역 아닌 악역’을 맡은 덕분에 김 원내대표의 협상력이 그만큼 더 커졌다는 평가다. 협상테이블에서 양보할 권한(재량권)이 많을 때, 그것을 상대가 알고 있다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내기 어렵다. 협상이 타결되려면 재량권이 많은 쪽이 양보를 해야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원구성 협상 국면에 적용할 경우, ‘당내 최대 강경파’ 이 대표가 ‘통합당이 법사위 사수 주장하면 18개 상임위 표결로 정한다’, ‘협상이 이번 주를 넘기면 안 된다’ 등의 강한 발언으로 김 원내대표의 재량권을 좁혀버린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의 협상에서 양보를 할 수 없다. 그렇기에 통합당을 압박하며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이 대표는 2004년 열린우리당의 단독과반 이후 국정과제 추진에 실패했다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177석이라는 의석을 얻고도 정부의 국정과제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오만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에 발목 잡히지 않겠다고 결심한 셈이다.

이 대표가 이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당내 장악력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임기가 2개월 남짓 남은 데다 원외 당 대표가 강한 카리스마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선례를 찾기 힘들다. 민주당은 그간 당 대표의 임기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퇴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이었다. 민주당 역사상 2년 임기를 채운 경우는 추미애 전 대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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