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우드워드 신간 '격노' 표지. 청와대는 15일 '미국이 80개의 핵무기를 사용해 북한을 선제타격하려 했다'는 내용이 오역에서 비롯됐다는 논란에 대해 "전문을 확인해달라"고 밝혔다. /AP-뉴시스
밥 우드워드 신간 '격노' 표지. 청와대는 15일 '미국이 80개의 핵무기를 사용해 북한을 선제타격하려 했다'는 내용이 오역에서 비롯됐다는 논란에 대해 "전문이 번역되면 확인해달라"고 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청와대는 15일 미국 정부가 지난 2017년 북한 지역에 ‘핵무기 80개’ 사용 가능성을 검토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오역에서 비롯된 오보라는 논란에 대해 “전문이 번역되면 다시 확인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상 오보라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완성된 번역본이 오늘이나 내일 저녁에 나올 것으로 안다”며 “번역과 관련해선 완성본이 나온 다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신간 ‘Rage(격노)’ 원문을 입수했다면서 “당시 미국은 북한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작전계획 5027’을 검토했으며,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면 미국은 핵무기 80개를 사용해 대응한다는 반응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일제히 보도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핵무기 사용은 우리 작전계획에 없고, 한반도 내 무력 사용은 우리나라의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격노’에는 지난 2017년 당시 북미 간 긴장감이 높아지던 상황을 담고 있다. 논란이 된 부분도 이 상황에 대한 설명에서 나온 것이다. 북한은 2017년 7월 4일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 7월 28일 두 번째 ICBM 화성-15형 발사에 이어 8월 29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까지 발사했다. 이에 미 정부, 그리고 매티스 국방장관은 대응책을 고민한다. 매티스는 핵전쟁 발발 가능성에 두려움을 느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그를 더욱 고심하게 했다. 대통령의 지시가 너무 ‘충동적이고 사려깊지 못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여기서 논란이 된 부분은 “the U.S. response to an attack that could include the use of 80 nuclear weapons”라는 문구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 80개를 사용해 대응한다’는 의미로 보도했다. 즉 2017년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를 사용해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이 되는 것이다. 

<시사위크>는 ‘격노’ 원문을 입수해 해당 내용이 포함된 전체 문단의 내용을 살펴봤다. 우드워드는 “He(매티스) did not think that President Trump would launch a preemptive strike on North Korea, although plans for such a war were on the shelf. The Strategic Command in Omaha had carefully reviewed and studied OPLAN 5027 for regime change in North Korea—the U.S. response to an attack that could include the use of 80 nuclear weapons. A plan for a leadership strike, OPLAN 5015, had also been updated”라고 적었다.

문맥상 직역을 했을 때 이 부분은 “북한의 80개 핵무기 이용이 포함될 수 있는 공격에 대한 미국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전체 문단을 해석하면 “그(매티스 장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 같은 전쟁 계획은 선반 위에 있었다. (네브래스카) 오마하의 전략 사령부는 북한이 핵무기 80개 사용을 포함하는 (미국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을 때 대응책으로 북한의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하는 작계 5027을 수립하고 면밀히 연구해 왔다. 일명 참수 작전(북한 수뇌부에 대한 선제 전면타격)으로 통하는 작계 5015 역시 최신 기준에 맞춰 갖춰졌다”는 내용이 된다.  

즉, 미국은 북한이 공격하기 전에 미국이 먼저 공격할 작전계획은 수립돼 있었지만 매티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제타격 지시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는 의미다. 핵무기 80개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는 상황을 가정할 때 쓰인 부연설명이었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당시 미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80개 정도라는 것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한편 국방부도 작계에 핵무기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홍식 국방부 대변인 직무대리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작계에 핵무기가 없는 것으로 안다는 언론 보도가 맞는가’라는 질의에 “그렇게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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