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9:52
김정은, 트럼프에게 등 돌린 이유
김정은, 트럼프에게 등 돌린 이유
  • 서예진 기자
  • 승인 2020.09.14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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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단독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노동신문
밥 우드워드의 신간 ‘Rage’(격노)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계 변화가 드러나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단독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출간 예정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의 신간 ‘Rage’(격노)에는 북미대화의 후일담과 한미동맹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해당 책에는 북미·남북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이유도 드러나 있다.

◇ 판문점 회동 이후 멀어진 북미 정상

‘격노’는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 우드워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WP,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2018~2019년 주고받은 27통의 친서 중 미공개된 25통을 입수했다. 이 친서를 보면 북미 지도자가 첫 만남을 약속한 이후 가까워졌다가 지난해 판문점 회동 이후 멀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우드워드는 2018년 6월 첫 정상회담 이후 양 정상의 친서교환은 빈도나 우정 면에서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 당시의 화기애애한 관계 속에서 첫 북미회담 때 약속한 비핵화를 위한 실무 협의도 시작됐다. 그런데 지난해 2월 27~28일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여전히 다정한 관계는 유지했지만, 이들의 친서는 뜸해졌다. 문제는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회동 이후다. 

‘격노’에 따르면 판문점 회동 후인 8월, 김 위원장은 긴 친서를 보냈다. 우드워드는 이 친서를 두고 ‘어조는 정중했지만 둘의 관계가 영원히 냉각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김 위원장은) 실망한 친구나 연인 같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 친서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 데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도발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주요 이슈를 논의할 우리 두 나라의 실무 협상에 앞서 취소 또는 연기될 것으로 믿었다”며 “한반도 남쪽에서 벌어지는 연합군사훈련은 누구를 상대로 하는 것이며, 누구를 저지하려는 것이며, 누구를 패배시키고 공격하려는 의도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는 분명히 불쾌하고 이 감정을 당신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 정말 매우 불쾌하다”면서도 “각하와 내가 이런 솔직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관계라는 게 엄청나게 자랑스럽고 영광”이라고 말했다.

단독회담을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나란히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날선 반응을 보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 남북 정상 간 친분이 북한의 체제보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지만, 한미연합훈련으로 인해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6월 30일 단독회담을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김 위원장이 나란히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을 나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북한의 태도 변화 계기는?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날선 반응을 보였다.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되기 전 북한은 우리 측을 향해 “남조선 당국자가 사태발전 전망의 위험성을 제 때에 깨닫고 최신무기 반입이나 군사연습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 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4월과 9월’은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9월 평양 정상회담을 뜻한다. 북한은 우리 측이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하면서 2018년 체결한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했다고 여긴 것이다. 또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감안했을 때,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을 위협하기 위해 실시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격노’에 실린 증언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한미 정상 모두에 실망했음을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남북미 정상 간 친분이 비핵화 협상과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리 정부도 한미연합훈련 취소 등의 친분에 걸맞는 ‘액션’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자신의 기대와 다르게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됐고, 그 이후 북미 정상 간 친서도 뜸해졌고 북미 비핵화협상은 교착관계에 빠졌다. 우드워드가 김 위원장 친서에 대해 ‘실망한 친구나 연인 같았다’고 평가한 대목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해 친밀감을 드러내는 것을 감안하면, 북미 대화와는 달리 양 정상 간 친분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상 간의 친분만으로는 협상의 물꼬를 트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고, 북한도 미국 대선이 끝난 이후에 대화 의사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북미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남북이 먼저 대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미 모두 요지부동인데다, 코로나19와 대북전단 등으로 북한이 대화 창구를 닫은 상태여서 이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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