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 내에 유리천장이 두껍다는 지적이 나왔다.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여전히 클 뿐 아니라, 여성이 고위 관리직에 진급하는 사례도 적다는 이유에서다./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방공기업 내에 유리천장이 여전히 두껍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자의 남녀 성별 임금 격차가 큰데다 상위 직급에 승진하는 여성 노동자의 비율도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서다. 

유리천장은 여성이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성평등고용 정책 논의가 활발해졌음에도 여전히 지방공기업 내 남녀 간 임금 및 승진 격차는 큰 실정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산하 300인 이상 지방공기업 전체의 성별 임금 격차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여성노동자 평균임금은 남성과 비교해 62.2%~85.9%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간 임금 격차(여성평균임금/남성평균임금)가 비교적 큰 지방공기업은 광주도시철도공사(62.2%), 울산시설공단(65.0%), 인천교통공사(66.0%) 등으로 여성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남성의 60%대에 머물렀다. 세종도시공사(85.9%)와 여수도시관리공단(85.0%)은 80% 중반으로 비교적 임금 격차가 적었다. 

이은주 의원에 따르면 각 기관들은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을 근속연수와 직무 등의 차이로 설명했다. 하지만 이 이원은 상위 직급에 해당하는 여성노동자의 비율 자체가 극히 적은 것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원은 “300인 이상 지방공기업 모두에서 1직급에 해당하는 여성노동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1급은 물론 2급 여성 사원이 전혀 없는 기업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대전도시공사, 부산교통공사, 부산시설공단, 부산환경공단, 세종도시교통공사, 여수도시관리공단 등으로 부지기수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공기업에서 1급 실장, 2급 처장, 3급 부장까지를 관리직급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급~3급관리직의 여성 비율이 10%를 넘긴 기관은 서울주택도시공사(12.6%), 울산시설공단(10.9%), 세종도시교통공사(16.7) 3곳 밖에 없었다. 

여수도시관리공단(0%), 부산교통공사(0.3%), 대구도시철도공사(1.0%),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1.2%), 인천교통공사(2.7%), 대전도시공사(1.7%) 등은 여성 관리직이 채 3%를 넘기지 못했다. 이 이원은 “여성의 저조한 관리직 승진이 성별 임금 격차를 불러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같은 근속기간 내에서 임금 격차도 확인됐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의 경우 20년 이상 근속자라 하더라도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81.7%에 불과했다. 여성 장기근속자의 임금이 남성을 상회하는 경우는 부산교통공사 1곳뿐이었다. 

이 의원은 “공공부문조차 임금의 젠더-갭(gender-gap, 성별격차)이 강력히 존재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여성의 노동을 저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히 300인 이상 지방공기업에서 1급 여성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은, 공공부문 내에 엄청나게 크고 두꺼운 ‘유리천장’이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방공기업과 중앙 공공기관부터 서울시가 조례로 실시하고 있는 공공기관 성평등 임금공시제에 동참해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공공부문 내 유리천장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주 의원은 이런 문제 해소를 위해 지방공기업과 공공기관이 동일 직무, 직급, 같은 근속기간 내 성별 임금 격차 공시를 의무화하는 ‘지방공기업법’ 개정안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과 노동시간 같은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포함됐지만 아직은 국내에 제대로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서울시가 지난해 국내 최초로 투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도입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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