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6 02:00
현대차의 중고차사업 진출, 무엇이 진짜 문제일까
현대차의 중고차사업 진출, 무엇이 진짜 문제일까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0.10.12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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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이 완성차 대기업 현대자동차의 진출 천명으로 들끓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고차시장이 완성차 대기업 현대자동차의 진출 천명으로 들끓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연간 30조원 규모에 달하는 중고차시장이 들끓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맏형’ 현대자동차가 중고차사업 진출을 공식화하자, 기존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현대차의 중고차사업 진출이 반가운 소비자 입장에선 기존 업계의 반발이 불편하기만 하다. 각각의 이해관계와 입장,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중대기로에 선 중고차 시장이 어떠한 길로 향하게 될지 주목된다.

◇ 대기업 막았던 중고차시장, 현대차 진출 의지

현재 국내 중고차시장은 중소업체 및 업자들에 의해 형성돼있다.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에게도 문이 닫혀있었다. 그런데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기한이 지난해 만료됐다. 이에 중고차업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보다 한층 강화된 제도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으나 전망은 어둡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동반성장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중소기업벤처부가 결정하는데,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일부 부적합’ 판단을 내려 중소기업벤처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최종 결정을 남겨놓은 중소기업벤처부는 대기업의 상생방안 등을 검토하겠다며 당초 5월로 예정됐던 기한을 미뤄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최근 국정감사 자리를 통해 중고차사업 진출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나섰다.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현재 중고차 시장의 한계 및 문제점을 지적하며 소비자보호를 위해 완성차업체의 사업 진출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난항으로 대기업 진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목소리를 높여왔던 중고차업계는 현대차의 본격적인 움직임에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할 경우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져 5만여 명에 달하는 기존 종사자들과 30여만 명에 달하는 그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현재 중고차시장이 지닌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 가능할 뿐 아니라 점차 해소되고 있으며, 대기업의 진출 시 오히려 중고차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 신뢰 못 얻는 중고차시장, 이유는?

하지만 중고차업계의 반발에 대한 반박은 물론 곱지 않은 시선도 상당하다.

과거에 비해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중고차시장은 여러 문제를 지니고 있다. 허위매물은 물론 제한적이거나 왜곡된 정보, 불투명한 가격 산정 및 추가 비용 전가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신과 불만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또한 애초에 높은 품질이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워 중고차시장 전반의 가치가 저해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의 정보비대칭성이 큰데다, 판매자의 신뢰가 높지 않은 구조에 있다. 애초에 소비자들이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시장에서, 소규모 판매자들이 난립해있다 보니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대규모 업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기본적으로 대규모 업체는 중소업체 및 업자에 비해 높은 신뢰를 지니고 있다. 또한 중고차의 정확한 상태와 이력, 그리고 가격 산정 근거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문제 시 A/S나 환불 등의 조치까지 철저하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선 중고차 관련 우려를 크게 덜 수 있게 되는 대목이다.

실제, 개별 중소업체 및 업자에 비해 규모가 큰 엔카닷컴·K카 등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각종 보장서비스 등을 앞세워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기도 하다. 수입차 브랜드들의 인증중고차 사업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완성차업체의 중고차시장 진출은 보다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정확한 중고차 상태 파악과 효율적인 수리를 통한 높은 품질의 중고차를 기대할 수 있고, 각종 A/S 역시 훨씬 원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단순한 수익을 넘어 생산한 자동차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여부는 중소기업벤처부의 최종 결정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뉴시스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여부는 중소기업벤처부의 최종 결정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뉴시스

◇ 정부당국, 상생방안 강조… ‘윈-윈’ 모색해야

현대차가 중고차사업에 뛰어들 경우 기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지나치게 섣부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데다, 결과적으로 정부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상생방안이 마련된다면, 중고차시장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을 통해 기존 업계와 소비자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고차시장의 규모와 특성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독점에 대한 우려는 다소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연식과 품질,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격은 비교적 높게 책정될 텐데 모든 소비자가 이를 찾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차는 거래 플랫폼과 함께 중고차 관리 및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 중소업체 및 업자들은 그 안에서 판매활동을 하는 구조 등 다양한 방식이 구현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현대차가 시장을 잠식한다면 정부당국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오픈 플랫폼을 만들어 중고차를 관리하게 되면 현대차 입장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고, 기존 업계도 그동안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히는 한편 “다만, 현대차가 중고차 판매업에 진입해 이익을 낸다고 하면 이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