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논란으로 KDDX 사업이 거센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논란으로 KDDX 사업이 거센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관련 방산비리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까지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등 국감에서도 파문은 이어졌다.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있어서도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 국감까지 간 파문

‘미니 이지스함’이라 불리는 KDDX는 고성능 구축함 6척 건조에 총 7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사업이다. 그만큼 각 부문에서 수주전이 치열하게 진행됐으며,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맞대결을 펼쳐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KDDX의 첫 단계인 기본설계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대우조선해양보다 0.0565점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규모 수주전에서 사실상 승리를 목전에 두게 된 셈이었다. 

하지만 이후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KDDX 관련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군 및 현대중공업 관계자 20여명이 수사를 받고 있거나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기밀 유출 방식은 물론, KDDX와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컸다.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중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경남·거제 지역사회는 현대중공업이 도둑질로 KDDX를 수주했다며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부분파업 및 도로점거 시위를 단행하기까지 했다. 지역 정치권 인사들도 국회를 방문하는 등의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국회 국정감사 기간과 맞물리면서 파문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앞서 해당 사안을 국감에서 다루겠다고 밝혔다. 

급기야 민홍철 국방위원장까지 이 사안을 언급했다. 민홍철 위원장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불법적인 군사기밀자료 유출은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재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불법 유출된 KDDX 관련 군사기밀자료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향후 공정한 사업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방위사업청에 촉구했다.

결국 20일 방위사업청 국감에서 이 사안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민홍철 위원장과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여러 문제를 지적하며 재평가 등을 촉구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을 지역구로 삼고 있는 국방위 위원은 재평가는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방위사업청 국감에서 “정치권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전면 재평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해당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사법부 판단에 따라 여러 경우의 수가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 인수·합병에 또 다른 ‘악재’

이처럼 국감에서까지 도마 위에 오른 KDDX 관련 논란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있어서도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인수·합병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답답함이 더해지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추진해오고 있다. 하지만 양사 노조 및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한바탕 진통을 겪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의 공정당국 심사 또한 더디기만 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KDDX 사업 관련 논란으로 인해 인수·합병 완료 이후 한 지붕 아래 식구가 될 양사의 감정의 골까지 깊어지고 있다. 

애초에 현대중공업의 인수·합병이 ‘특혜’라며 반대해온 대우조선해양 노조 및 거제 지역사회는 이번 사안 역시 같은 성격으로 규정한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이 KDDX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또한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KDDX 관련 논란은 인수·합병이 완료된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자칫 내부에 갈등의 불씨를 품게 될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KDDX 함정 건조 부문의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르는데다, 지역사회의 이해관계와도 밀접하게 얽혀있는 문제여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현대중공업에 인수되는데 따른 우려가 큰 노조와 지역사회에서는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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