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읽던 중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라는 부분에 밑줄을 치고 있다./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읽던 중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라는 부분에 밑줄을 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독서 장면’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검찰 개혁 의지를 표출했다.

추 장관은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10일 0시까지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본회의장을 지키고 앉아 독서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 장관은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연설 도중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으나 신경쓰지 않고 ‘독서’에 집중했다.

추 장관이 읽은 책은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이 책은 이연주 변호사의 저서로 검찰 조직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02년 검사가 된 지 약 1년 만에 사표를 낸 이후 검찰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며 검찰개혁을 꾸준하게 촉구해왔다.

추 장관은 책을 읽던 도중 ‘특수통 검사들은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라는 부분에 연필로 밑줄을 긋는 모습도 보였다.

추 장관은 페이스북에도 ‘검사의 직무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처지에 놓인 검사들은 국민을 배반할 것인가, 검찰을 배반할 것인가라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어쨌든, 검사들에게 국민을 배신하는 대가는 크지 않으나 조직을 배신하는 대가는 크다’라는 책의 일부 내용을 올린 뒤 “공수처 더 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이 이날 이같은 내용의 책을 읽는 모습을 연출한 것은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야당에서는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사진 정치’를 한 것이며 '국회 무시 행위'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 본회의장은 도서관이 아니다. 국무위원이 독서하는 장소가 아니다”며 “법안 표결과 의사일정이 진행되는 국회에서, 국무위원이 버젓이 책을 꺼내 읽는 모습은 국회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카메라 기자가 주목하고 있는 본회의장에서 보란 듯이 검찰 비난 서적을 꺼내 읽는 모습은 누가 봐도 ‘사진 정치’를 의도한 것”이라며 “검찰총장과 극한의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검찰총장 징계를 앞둔 시점에 의도적으로 검찰개혁 구호에나 어울리는 편향적인 서적을 사진에 노출하는 추 장관, 참 가지가지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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