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산업은 항상 반도체와 함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는 한국 IT산업의 꽃일 것이라는 예상을 해왔다. 하지만 내년엔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줄지도 모른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디스플레이 산업은 오랜 기간 반도체와 함께 항상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며 ‘한국 IT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산업이다.

하지만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내년엔 글로벌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내외 경기침체와 더불어 중국 등 해외 기업의 물량공세 등이 주요 원인이다.

디스플레이 분야 전문가들은 대비를 철저히 하지 않는다면 모래성이 무너지듯 순식간에 중국에게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내주게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 중국은 투자 급증하는데 국내는 감소… 위기의 한국 디스플레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 15개 단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22일 ‘제7회 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디스플레이 산업이 위기에 처했으며,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핵심 IT산업 분야였던 디스플레이 산업이 이처럼 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주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포럼에서 ‘2021년 디스플레이 산업 전망’에 대해 발표를 진행한 산업연구원 남상욱 부연구위원은 남상욱 부연구위원은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의 공격적 투자’로 꼽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 1위를 목표로 ‘디스플레이 굴기(崛起)’를 선언한 이후 자국 디스플레이 제조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같은 자국 정부의 막강한 투자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중국의 디스플레이 분야는 이미 한국의 턱 밑까지 추격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디스플레이 패널 매출은 425억 달러(한화 약 47조원), 시장 점유율 36.3%로 전체 2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매출 436억달러(한화 약 49조원), 시장 점유율 37.3%로 1위를 수성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에서 지난해 9.1%p가량 차지가 났던 중국과의 격차가 1.0%p로 크게 좁혀진 상태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의 과감한 투자에 밀려 큰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특히 LCD는 2018년 이후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을 지탱하는 OLED 분야조차 오는 2025년엔 중국의 물량공세로 인해 생산 규모가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산업연구원 남상욱 부연구위원 발표자료

디스플레이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라 볼 수 있다. 남상욱 부연구위원이 포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LCD패널 생산규모는 면적 기준 지난 2018년 6,889만9,000m²이었다. 하지만 올해 2,094만4,000m²로 생산 규모는 2018년에 비해 약 35% 감소했다. 오는 2025년 생산 규모 더욱 크게 감소해 올해 대비 약 85% 감소한 660만6,000m²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공격적 투자를 이어간 중국의 LCD생산 규모는 2018년 1억1,952만9,000m²에서 올해 2020년 1억7,602만7,000m²으로 약 47.3% 가량 성장했다. 오는 2025년에는 올해보다 약 63% 성장한 2억8,704만m²의 생산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크게 앞서고 있는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분야 역시 중국에 추월당할 위험에 놓여있다. 오는 2025년 중국의 OLED 생산규모는 중국은 4,035만1,000m²의 생산규모로 예상되는데 이는 한국의 OLED 생산규모인 3,764만1,000m²보다 약 7%가량 높은 수치다.

막강한 투자 세력을 기반으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산업 투자실정은 매우 좋지 못하다. 반도체와 비교해 투자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투자자들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남상욱 부연구위원은 “국내 반도체 업계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10년간 투자성과를 비교한 결과, 반도체는 시설 설비 투자 비용에 대비해 약 100~120%의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는데 반해, 디스플레이의 경우 30%정도의 수익성을 나타내는데 그쳤다”며 “이런 낮은 투자 수익률이 지속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디스플레이 산업은 계속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불리는 마이크로 LED, 홀로그램, VR·AR(가상·증강현실) 기술의 세계적인 약진 추세는 오히려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LCD, OLED가 주력인 한국의 제조사들의 장점을 이용할 수 없는 산업구조에 기반하고 있는데다 신산업 자체도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기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디스플레이 산업이 당장 재도약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플랙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디스플레이 업계가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삼성디스플레이서 개발한 플랙서블 OLED의 모습./ 삼성디스플레이

◇ “내년 시장 1위 힘들다”… 플랙서블 등 신기술 개발과 새로운 수요처 확보 필요

이 같은 악재를 딛고 우리나라의 내년 이후 디스플레이 산업은 재도약이 가능할까. 해당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안타깝게도 ‘굉장히 어렵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남상욱 부연구위원은 “올해 국가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전망치는 한국이 37.3%, 중국이 36.3%로 중국의 OLED기술 추격이 본격화되면 시장 점유율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며 “올해가 디스플레이 세계 1위를 달성한 마지막 해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계에서 우리나라가 향후 5년 이상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재도약을 하기 위해선 지금과는 다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기존 디스플레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디스플레이 모델 개발 등 신수요 창출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상욱 부연구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계가 살아날 수 있는 기회는 ‘플랙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에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폴더블폰과 롤러블 TV 등을 기반으로 ‘초 프리미엄’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안타증권 연구원들이 지난달 25일 발간한 유안타 Tech 2021년 연간전망’ 리포트에서도 내년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은 700만대에 달하며, 삼성 스마트폰 매출 비중의 14%, 영업이익 비중의 25%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남상욱 부연구위원은 “플랙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만이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보인다”며 “이를 중심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시장과 생태계를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규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생산거점 다변화 추진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삼성과 LG 모두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생산 거점 진출을 해야 한다. 

새로운 수요처 확보를 위한 다각도 접근 및 지원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기존 디스플레이의 어플리케이션 이었던 TV,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만큼, 차량용, 디지털 사이니지(공공장소나 상업공간에 설치되는 디스플레이) 등의 틈새 시장 개척을 위한 혁신적 시도가 필요하다.

아울러 남상욱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경우엔 중국과의 경쟁에서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며 “‘디스플레이 R&D 확대’와 디스플레이 공정기술에 경험이 풍부한 ‘인재 확보’에 대한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 기반의 지속가능한 디스플레이 산업을 위해 ‘탄소중립 패널 제조를 위한 중장기 R&D’ 등도 필요하다”며 “저전력 기술, 패널 재활용 등을 통해 SCOPE3(기업의 통제 범위 밖에서 존재하는 온실가스 배출)에서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이 저배출 사회 진입을 위한 기술 개발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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