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정호영 사장이 연초부터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됐다. /뉴시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정호영 사장이 연초부터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연초부터 발생한 안전사고로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가뜩이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더욱 난처한 상황이 됐다. 

◇ 유독 화학물질 누출로 6명 중경상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13일 오후 2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이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추가 배관 연결 작업을 하던 중 독성 화학물질인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이 누출됐다.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은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세척제 등으로 사용되는 염기성 화학물질이다. 사람이 흡입할 경우 두통과 구토 등의 증세를 유발하고, 심할 경우 신경 및 근육의 마비는 물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사고로 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특히 2명은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다가 심폐소생술을 통해 가까스로 회복했다. 

소방당국은 출동 직후 누출차단 조치를 취한 뒤 오후 5시쯤 방재작업을 완료했다. 이어 지난 14일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 합동 현장감식이 진행됐다. 보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 등을 밝힐 정밀감식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진심 어린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부상당한 임직원의 빠른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사고수습 대책본부를 즉각 설치하고, 사고 원인 파악에 대해서도 유관기관에 적극 협조해 원인 규명 및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의 사과문도 발표됐다. 정호영 사장은 “파주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이번 사고 발생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사고 원인조사, 재발방지대책 등 제반 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부상자 치료를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은 과거 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2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바 있다. /뉴시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은 과거 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2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바 있다. /뉴시스

◇ 거듭 반복되는 사고… 정호영 사장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다행히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즉각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정호영 LG디스플레이는 사장은 거센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은 과거에도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한 전례가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구미공장에서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두 차례나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그룹 내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5월 LG화학 대산공장 화재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또 다시 중대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룹 수장의 체면마저 구기게 됐다.

뿐만 아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관심이 평소보다 높고,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고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더욱 거센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정의당은 지난 14일 조혜민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2015년 질소 가스 누출 사고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사망했고 4명이 부상당했다. 2017년 정규직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2018년 하청 노동자가 승강기 정비 중 협착으로 사망했다. 어제 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노동자 7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이 모든 사고는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거듭된 사고에 사과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엄중히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동자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정의당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역시 지난 14일 논평을 내고 “LG는 화학물질관리법 시행 후 5년간 화학사고 최다발생 기업이다. LG는 사고를 방치하고 국가는 이런 LG를 방치해왔다.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사고 대응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며 철저한 사고조사와 LG그룹에 대한 안전보건진단, 그리고 관련법 및 처벌 강화를 통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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