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 해에만 길에 버려진 동물, 13만5,000여마리.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1,500만명에 육박하지만, 반려동물 관련 인식 정착과 제도 마련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시사위크>는 유실·유기동물의 현황을 점검해보고 버려지는 동물의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인구는 1,500만명에 달한다. 아이러니(irony)하게도 왕발이처럼 유기되는 동물의 개체 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케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인구는 1,500만명에 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왕발이처럼 유기되는 동물의 개체 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인구는 1,448만명으로, 1,5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왕발’이처럼 유기되는 동물의 개체 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당신이 버린 개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될까.

◇ 반려인 1,500만 시대… 버려지는 동물도 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반려가구(현재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며 함께 생활하는 가구)’는 604만가구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8.7%를 차지한다.

또 ‘반려인(반려가구의 구성원으로서 반려동물 양육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람)’은 1,448만명으로, 1,5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뒀다. 이는 △통계청 ‘2019 인구총조사’ 결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동물등록정보 현황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등을 기초 자료로 활용해 추정한 것이다.

국내 반려가구 중에는 개를 기르는 ‘반려견가구’가 80.7%(483만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는 2018년(75.3%)에 비해 5.4%p(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기르는 반려동물은 고양이로, ‘반려묘가구’의 비율은 전체의 25.7%(154만가구)를 차지했다.

또한 향후 반려가구가 증가할 것인지를 알아보고자 연구소가 전국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양육 의향’을 물어본 결과,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가구 중 ‘향후에 개나 고양이를 키워보고 싶다’고 응답한 경우는 47.8%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언제쯤 기르려고 생각하는지 살펴보면, ‘향후 1~2년 내 양육을 희망’하는 경우가 9.8%, ‘향후 3~5년 내 양육 희망’이 15.9%, ‘향후 5년이 지난 후 양육 희망’이 22.1%로 나타나 반려인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연구소 측은 예상했다.

국내 유실·유기동물 수는 2016년 8만8,557마리에서 2017년 10만840마리로,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어 2018년 11만8,697마리, 2019년 13만5,791마리를 기록하며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국내 유실·유기동물 수는 2016년 8만8,557마리에서 2017년 10만840마리로,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어 2018년 11만8,697마리, 2019년 13만5,791마리를 기록하며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 자료=동물자유연대, 그래픽=김상석 기자

반려가구 증가와 더불어 버려지는 동물의 수도 함께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자유연대가 최근 발표한 ‘2016~2020년 유실·유기동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유실·유기동물 수는 2016년 8만8,557마리에서 2017년 10만840마리로,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어 2018년 11만8,697마리, 2019년 13만5,791마리를 기록하며 해마다 증가했다.

또 동물자유연대가 농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 자료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동물 유실·유기건수는 12만8,717건으로, 2019년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최근 몇년간 유실·유기동물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유실·유기동물 중 73.9%를 개가 차지하고 있었다.

◇ 최근 5년간 보호소에서 죽는 동물 50% ‘육박’

이렇게 유실·유기된 반려동물들은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되거나, 동물보호센터에서 죽음을 맞이(안락사+자연사)하게 된다. 이들에게 가장 행복한 결말은 평생 함께할 새 가족을 만나는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자유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유실·유기동물은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서 주인을 찾기 위해 7일간 공고 후 10일이 지나면 지자체에 소유권이 이전된다. 이 과정에서 새 가족에게 입양되는 비율은 최근 5년간(2016~2020년) 31.0%에 불과했다.

유실·유기된 반려동물들은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되거나, 동물보호센터에서 죽음을 맞이(안락사+자연사)하게 된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유실·유기된 반려동물들은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되거나, 동물보호센터에서 죽음을 맞이(안락사+자연사)하게 된다. /자료=동물자유연대, 그래픽=김상석 기자

개의 입양비율은 △2016년 35.3%에서 △2017년 33.0% △2018년 32.0% △2019년 28.0% △2020년 28.7%로 감소 추세였다. 동물자유연대는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재택근무 증가 및 외부활동의 감소 영향으로 미국의 유기동물 입양이 2배가량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으나, 국내 유실·유기동물의 입양 증가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공고 기간 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유실·유기동물들은 지자체로 소유권이 이전된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보호 동물을 안락사 시키지 않는 이른바 ‘노킬(No-Kill)’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다수 지자체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동물보호소센터 입소 동물 중 22.4%가 안락사 됐으며, 이 외에 상해, 질병, 원인미상의 이유로 죽음에 이르는 자연사도 전체 입소 동물의 26.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유실·유기동물의 절반가량(49.3%)이 동물보호센터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동물보호센터 내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비율(자연사+안락사)은 2020년을 제외하고 △2016년 47.3% △2017년 49.2% △2018년 50.2% △2019년 52.5%로 매년 증가했다.

특히 개의 자연사는 △2016년 9,773건(15.6%) △2017년 1만3,190건(18.1%) △2018년 1만6,518건(18.3%) △2019년 1만9,917건(19.7%)으로 발생건수와 비율이 모두 늘었다. 안락사도 2016년 1만5,713건에서 2019년 3만1,339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비율도 25.0%에서 31.0%로 뛰었다.

동물자유연대는 보고서를 통해 “기타 축종의 안락사가 2016년 80건에서 2019년 21건으로 비율이 6.6%에서 5.3%로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며 “유실·유기된 개의 입양 증가는 정체되는 반면 자연사와 안락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언급했다.

한편 유실·유기동물의 지속적인 발생은 사회적 문제와 비용도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자유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유실·유기동물 구조·보호 등에 투입된 예산은 232억원으로, 2018년에 비해 15.8%, 2015년에 비해서는 9배가량 증가했다. 또 포획되지 않은 유기동물은 세대를 거쳐 야생화 돼 가축이나 사람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거나, 국립공원 등에서 생태계 위협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