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 해에만 길에 버려진 동물, 13만5,000여마리.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1,500만명에 육박하지만, 반려동물 관련 인식 정착과 제도 마련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시사위크>는 유실·유기동물의 현황을 점검해보고 버려지는 동물의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동물권행동 카라의 한 활동가가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소재 ‘카라 더봄센터’에서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고 있다. /사진=남빛하늘 기자
동물권행동 카라의 한 활동가가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소재 ‘카라 더봄센터’에서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고 있는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동물의 유기·파양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동물보호 관련 관계자들은 ‘사지 말고 입양하기’ ‘분양절차 도입’ ‘입양 자격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가장 먼저, 유기·파양동물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사지 말고 입양하기 캠페인’이 꼽힌다. 쉽게 말해 ‘펫숍’에서 사지 말고, 유기견을 ‘입양’하자는 것이다. 유기견을 입양함으로써 개의 공장식 생산을 줄여나가자는 취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사지말고입양하세요’를 게재한 게시물은 328만여개에 달한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사지말고입양하세요’를 게재한 게시물은 328만여개에 달한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 캠페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사지말고입양하세요’를 게재한 게시물이 328만여개에 달할 만큼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유기견 입양 소식을 전하며 일반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추세다.

동물권 행동 단체인 ‘카라(KARA)’도 이 일환으로 ‘온앤오프 입양파티’를 전개하고 있다. 온앤오프 입양파티는 유기견 입양 문화를 ‘ON’ 시키고, 펫숍에서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행위를 ‘OFF’ 시켜 올바른 입양 문화를 확산·정착하기 위한 카라의 캠페인이다.

실종동물 찾기 앱(APP)인 ‘포인핸드’의 이환희 대표도 지난달 <시사저널>에 기고한 글을 통해 “아직 갈 길이 먼 유기동물 보호 현식 속에서 이 동물들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유기동물 입양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작고 어리고 품종이 있는 동물들을 분양받는 게 아닌,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에 고통받는 유기동물들에 관심을 품고 따듯한 가족이 되어 주는 것. 우리가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지만 큰 실천”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에서도 올바른 반려동물 입양 문화 확산을 위해 유기동물 입양자에게 동물 등록비, 중성화 수술비 등 제반 비용에 대해 1마리당 최대 1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에 대한 인지율이 저조한 것으로 조사돼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 않는 일반가구의 관련 제도에 대한 인지율은 ‘인지하고 있다’ 9.2%, ‘잘 모르지만 들어봄’ 43.6%, ‘전혀 모름’ 47.3%로 집계됐다.

◇ “반려동물 입양 시 ‘반려인 자격 제도’ 도입해야”

펫숍에서 사지 않고 유기견을 입양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해도, 깊게 자리 잡힌 ‘사고파는’ 문화가 하루아침에 끊어지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좀 더 촘촘한 분양 절차, 반려인 자격 검증 등 관련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월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 길거리에 유기된 말티즈 ‘순수’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 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반려동물 분양 절차를 법으로 강력 규제해 달라’는 청원은 6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현재 반려동물들은 아무런 제재나 규제 없이 쇼핑하는 물건처럼 사고 팔리고 버려지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추기 위한 교육 수강을 해 수료증 이수 혹은 자격증제를 도입해 아무나 분양할 수 없는 절차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 보호자의 자격을 검증하는 나라가 있다. 독일의 니더작센주는 지난 2013년부터 ‘반려견 면허시험’을 통과해야만 반려견을 입양할 수 있도록 한 법을 시행 중이다.

‘필기 시험’은 강아지의 생태적 특성부터 강아지의 기분을 알아보는 법, 관련 법령까지 다양하게 출제된다. 또 보호자가 반려견과 거리를 직접 돌며 각종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보는 ‘실기 시험’까지 통과해야 ‘면허증’을 발급해 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기견을 입양하기 전에 1인 가구인지,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동의했는지, 집을 오랜 시간 비우는지 등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한다. 최소 1번 이상 버려진 아픔이 있기 때문에 다시 유기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유기견보호소 운영자는 “환경 검증은 반려인이 거짓말을 하면 그만”이라며 “더 나아가 자신이 기르고자 하는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라도 인지하고 있는지 시험해 보는 자격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기견 입양, 제도 마련 등보다도 중요한 건 반려인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입양하기에 앞서 내가 10~15년을 책임질 수 있는지, 그저 동물을 넘어 ‘가족’으로 여기며 살 수 있는지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고 대답해야 한다. 한 생명의 평생을 책임진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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