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 기반의 우주 인터넷망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광범위한 지역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괴짜 천재’로 불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의 입에 또다시 전 세계 정보통신(IT)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달 29일 세계 모바일·통신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1’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위성 인터넷망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

이날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운영하는 민간 우주 기업인 ‘스페이스X’를 통해 저궤도 소형위성 1만2,000개를 쏘아올려 지구 전역에서 이용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에 한화 34조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투자한다고 공언했다. 일론 머스크 오는 8월부터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위성 인터넷 통신의 시범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일론 머스크가 위성 인터넷망 프로젝트에 무려 34조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항공우주산업계와 통신업계는 위성을 이용한 인터넷망이 향후 통신산업에서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9일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1’에서 일론 머스크(사진 좌측)는 지구 전역에서 이용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에 한화 34조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투자한다고 공언했다. 사진 우측은 스페이스X에서 저궤도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위성 인터넷망이 ‘차세대 통신기술’로 주목 받는 이유

위성을 활용한 우주통신이 향후 인터넷·통신 시장의 중심 산업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광역성’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위성 인터넷망에는 평균 고도 1,000km 이하의 우주에서 지구 주위를 도는 저궤도 위성을 통해 통신 전파를 전송하게 된다. 따라서 유선망이나 지상의 기지국을 통한 전파 송신 방식으로 운영되던 기존의 통신망이 갖던 지역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만약 위성통신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가 보편화된다면 산간이나 오지 등에서도 손쉽게 인터넷 및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며, 비행기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제약이 사라지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글로벌 정보격차의 문제를 해소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위치한 오지 마을에 위성 인터넷 통신망이 보급화 될 경우, 선진국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교육·산업 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산불 등 오지에서 발생한 재난 현장에서도 위성기반의 인터넷망은 광범위한 정보 전달이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미국 서부 산불 당시 스페이스X는 워싱턴 주에서 자사의 위성 인터넷망 서비스 스타링크를 통해 산불 진화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비용적 측면에서도 위성 기반의 인터넷망 서비스는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현재 인터넷망의 경우 거의 대부분 지상 광섬유 케이블 기반 시설의 유선망으로 이뤄졌는데, 유지 보수가 매우 잦은 일이라 비용적으로 부담이 가는 일이 많다. 반면 인공위성을 이용한 우주 인터넷망의 경우, 발사 비용은 막대하지만, 위성 자체가 망가지는 일만 없다면 통신망 자체를 보수할 일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위성통신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의 장점은 ‘광역성’이다. 위성 인터넷망이 상용화된다면 기존에 해저케이블(사진) 등을 설치해야 이용이 가능했던 초고속 인터넷을 산간지방이나 오지 등에서도 쉽게 사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istock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신상우 연구원은 ‘우주×4차 산업혁명-광대역 위성통신사업’ 보고서에서 “위성통신 사업의 방향, 능력, 선진국의 위성통신기술 동향을 살펴보면, IoT(사물인터넷)의 지리적 범위는 지구의 오지와 해양뿐만 아니라 우주공간까지 광대한 범위로 확산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광대역 위성통신기술은 향후 5G가 필요한 도서 산간지역에는 대용량 회선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다채로운 통신기술 간 연계를 가속화하기 위하여 5G, IoT와 광대역 위성통신 네트워크와의 연계에 관한 기술개발 및 상용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위성 기반의 인터넷망 기술이 향후 통신 시장의 중심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 역시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18일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위성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실증하는 내용의 ‘6G 시대를 준비하는 위성통신 기술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해당 전략에 따라 정부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3GPP 등 국제 통신표준화 기구의 지상-위성 통합망 표준화 단계에 맞춰 2031년까지 총 14기의 저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저궤도 통신위성망을 활용해 해수부와는 자율운항 선박 원격제어시스템과 해상교통정보 서비스 실증을 추진하고, 국토부, 산업부와는 도심항공교통(UAM) 통신서비스 실증을 한다는 목표다.

용홍택 과기정통부 1차관은 “산업체 주도의 초소형위성 개발과 우주산업 전문인력 양성이 우리나라 우주기업의 역량 강화와 민간 주도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우주산업이 활성화되고 글로벌 우주기업이 배출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정부도 위성 기반의 인터넷망 기술 확보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구상한 6G 시대 초공간 서비스를 위한 위성통신망 구성도./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전문가들 “불안정한 망, 수익성, 위성 충돌 위험 등은 해결해야 할 문제”

다만 전문가들은 위성 기반의 인터넷망 서비스가 완전한 상용화를 이루기 위해선 기존 유선망에 비해 떨어지는 품질, 수익성 문제, 불안정한 통신망 등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다수 산적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 앤 컴퍼니(Cowen and Company)는 지난해 9월 발표에 “스페이스X가 목표한 바와 같이 1만2,000개의 저궤도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리더라도 이용자 수용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ISP(통신망 사업자) 및 광섬유 기반 고속 인터넷 업계에서 위성 인터넷 서비스 도입 시 아직 불안정한 망에 많은 이용자가 몰려 향후 몇 년 동안 접속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기존 유선망 인터넷에 비해 느린 속도 역시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받는다.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는 재난 현장 및 스마트팩토리 등 빠른 속도가 필수적인 현장에서 느린 속도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지난 4월 발표한 ‘미국, 한 발 더 가까워진 위성 인터넷 시대’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위성 인터넷망 서비스인 스타링크의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는 80~150Mbps 수준이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0년 통신 서비스 품질평가 결과에서 유선 인터넷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972.38Mbps, 5G통신망 다운로드 속도가 690.47Mbps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느린 속도라고 볼 수 있다.

위성 인터넷망 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인공위성 숫자가 크게 증가해 저궤도 우주 공간에서의 위성 간 충돌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스페이스X에 지난해 4월 약 2,800개의 위성 고도를 당초 계획보다 낮춰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스페이스X의 위성은 유럽우주국(ESA)의 지구 관측 위성과 충돌할 뻔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아울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배성봉 미국 시카고무역관은 수익성 부문에서도 위성 인터넷망 서비스가 기존의 인터넷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지 아직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배성봉 무역관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포함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일반인에게 상용화된다고 하더라도 월 평균 50달러(5만6,600원)에 초고속 광케이블 지상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위성 인터넷을 사용할지 의문”이라며 “지상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속도가 느린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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