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을 뜻하는 아르테미스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다. 지난 1970년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50여년만인 2024년 인간을 다시 달에 보내겠다는 목표로 진행된다. 지난달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추가 참여를 위한 공식 서명을 하면서 우리나라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우리나라가 참가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우주산업에도 활력이 돌고 있다. 과기정통부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규모와 역량이 성장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나, 아직 ‘우주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오는 2024년까지 철저한 준비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까지 3년의 시간이 남은 현 시점에서 우리는 한국우주산업분야의 기술 상황을 점검해 해외 국가와 비교에 강점인 부분은 더 발전시키고, 약점인 부분은 보완해야할 시점이다. 단순히 값비싼 예산을 투입해 글로벌 선진국에 얹혀가는 ‘우주관광’이 되지 않기 위해선 말이다.
◇ ‘인공위성’ 기술은 우수하지만… 우주에 갈 ‘로켓’ 기술은 아쉬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우주과학기술은 현재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해외 우주강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준일까.
일단 항공우주분야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우려와 달리 우리나라 우주산업 분야 기술 진척도가 낮은 편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특히 ‘인공위성’ 기술 부문에서는 우주 강국들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다목적실용위성 3호 및 3A호△다목적실용위성5호 △천리안 위성 1호 △천리안 1호의 후속 기상관측위성 천리안 2A호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6~7위권에 이르는 수준의 기술력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 항우연 측 설명이다. 인공위성들로 우주 강국이라 불리는 미국, 중국 등에 비해 훨씬 늦은 1990년대 중반부터 우주산업에 뛰어든 것치고는 상당한 성과라고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인공위성 기술과 달리 우리나라가 크게 부족한 부분은 ‘우주 발사체’ 부문, 즉, 로켓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발표한 ‘2020년 기술수준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기술 주준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산업 1위 국가인 미국의 점수를 100%로 가정했을 경우, 우리나라는 60%에 불과한 수준이다. 아시아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이 각각 85%의 점수를, 유럽연합(EU)가 92%라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크게 뒤처지는 실정이다. 기술 격차를 시간으로 환산했을 시엔 미국과의 격차는 무려 18년이나 났으며 중국, 일본과도 각각 8년이라는 큰 격차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013년 1월 발사에 성공해 우리나라 발사체 기술 자립의 디딤돌을 놓았다고 평가받는 ‘나로호’도 조금은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로켓이 지구를 떠날 때 가장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1단 로켓 부분은 우주강국인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고 핵심기술 이전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계 전문가들은 국가 간 특급 기밀로 꼽히는 우주기술 이전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1단 로켓에 사용된 RD-151 엔진의 경우 러시아에서도 당시 미완성으로 분류됐기에 공동개발이 가능했기에 나로호 프로젝트는 발사체 체계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가치가 높은 성과라고 평가한다.
아울러 오는 10월 발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누리호’ 역시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기술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누리호의 경우 나로호와는 달리 순수 국내기술로 구성된 우주발사체인 점이 특징이다. 지난 2010년부터 총 1조9,572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누리호는 1단 로켓부터 3단 로켓까지 모두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구성됐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다면 우리나라의 기술로만 구성된 최초의 우주 발사체가 되는 성과를 얻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도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의 해외 항공우주분야 강국 반열에 들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 韓 우주산업, 예산과 인재부족이 발목 잡아… 지원 ‘절실’
다만 우주과학분야 전문가들은 ‘좁은 인재풀’과 연구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우주산업 선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따르면 우리나라 우주 발사체 개발 및 운용 관련 기술 논문 건수는 2019년 기준 94건으로 전체 2,344건의 4.0%에 불과했다. 1위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약 9배가량 많은 논문(834건/ 35.6%)을 발표했으며, △미국(735건/ 31.4%) △유럽(472건/ 20.1%) △일본(209건/ 8.9%)에도 크게 못 미쳤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인재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뉴 스페이스 리더양성’ 및 ‘대학(원)생 현장교육’ 2개 신규사업 등 다양한 우주 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추진하고는 있다. 하지만 연구 인프라 확충 및 인재 양성을 결정적으로 발목이 잡히는 부분은 역시 ‘예산 문제’다.
실제로 과기정통부 등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2021년도 우주개발 진흥 시행계획’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우주분야 투자 예산은 8,043억원이다. 주요 우주산업 선도국인 △미국(53조4,887억원) △러시아(3조9,899억억원) △유럽(14조8,028억원) △중국(9조8,655억원) △일본(3조7,051억원) △인도(2조2,768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론 국가별 예산 수준에는 차이가 분명히 있겠으나, 확실히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9월 공개한 ‘2021년 연구개발(R&D)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우주개발 R&D예산은 전년보다 줄어든다는 것이다. 올해 ‘우주 핵심기술 개발 및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 분야에 투자되는 예산의 경우 3,334억원으로 지난해 3,389억원보다 1.62% 감소했다.
한국기술기획평가원은 “정부의 적극적 투자로 한국 우주발사체 기술은 많은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나, 제한된 기술 자립도, 우주 인프라 구축 진행 등을 고려하면 선도국과 격차가 크다”며 “후속사업 기획 부진, 발사비용 과다로 인한 시장 진입장벽 등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개발되는 발사체 누리호 이후의 발사체에 대한 선행 연구비 확대와 인력 양성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연구비 확대, 우주기초분야 연구비에 대한 지속적 지원 및 확대 등이 필요할 것”이라며 “민과 군 특화연구센터같은 대형화된 연구집단을 형성하고 집중화해 대형 기술 프로젝트 중심의 연구 투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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