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학교폭력 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뉴시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학교폭력 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여자 프로배구단에서 불거진 학교폭력 파문으로 거센 후폭풍에 휩싸인 흥국생명이 점입가경이다. ‘트럭 시위’까지 등장하는 등 따가운 질타와 비판을 받은 끝에 두 선수에 대한 선수등록을 포기했지만, 해당 선수들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해명과 함께 구단을 향한 불만까지 표출하면서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적잖은 자금을 투입해 기업이미지 제고 등 홍보효과를 노렸던 흥국생명의 계획이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 두 선수 포기하고도 끊이지 않는 잡음

지난 시즌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며 ‘우승 0순위’로 꼽혔던 여자 프로배구단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학교폭력 파문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이다. 팀의 핵심 쌍둥이 자매 선수인 이재영·이다영으로부터 과거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폭로가 제기됐고, 두 선수는 이를 인정했다. 가뜩이나 팀내 불화설의 중심에 서 있던 선수들이었던데다,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학교폭력 문제라는 점에서 후폭풍은 거셌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늑장 조치라는 비판 속에 두 선수에 대해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아울러 두 선수는 대한배구협회로부터도 대표팀 선발 자격 무기한 정지 조치를 받았다.

이후 비시즌에 돌입하면서 다소 잠잠해지는 듯했던 파문은 지난달 다시 불이 붙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이재영·이다영의 선수등록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판여론이 들끓은 것이다. 

이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측은 출장정지 징계 해제를 위한 것이 아닌, 선수에 대한 권리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두 선수의 학교폭력에 대한 추가 폭로가 잇따르고, 서울 도심 속 트럭 시위가 등장하는 등 여론은 악화되기만 했다.

결국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두 선수의 선수등록을 포기했다. 이는 직전 시즌을 앞두고 총 3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던 두 선수를 자유계약선수로 풀어버린 조치였다. 이에 따라 이재영·이다영은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신분이 됐다. 다만,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손을 내밀 팀이 없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우선, 당사자인 이재영·이다영은 선수등록이 무산되자 SBS, KBS 등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들은 반성하지만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구단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구단이 무조건 사과문을 쓰라고 강요했고, 이에 따르다보니 자신들만 망가졌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인터뷰는 두 선수는 물론 흥국생명을 향한 여론도 더욱 싸늘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흥국생명을 향해서는 사태 해결을 위한 진정성에 커다란 물음표가 붙는다. 제대로 된 상황 파악 및 해결 의지 없이 그저 사태를 빨리 무마하는 데에만 급급해 오히려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흥국생명은 이번 파문으로 모든 것을 잃은 처지가 됐다. 우선, 이재영·이다영 두 선수는 물론 ‘슈퍼스타’ 김연경까지 영입하며 우승 및 대대적인 홍보효과를 노렸으나, 우승은커녕 기업이미지만 훼손됐다. 또한 두 선수를 영입 및 잔류시키는데 투입했던 적잖은 자금도 고스란히 날리게 된 모습이다.

특히 올해 취임한 박춘원 흥국생명 대표이사는 첫해부터 곤욕을 치르며 체면을 구기게 됐다. 흥국생명 대표이사로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구단주를 맡고 있는 박춘원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통해 “배구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염려를 끼친 데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학교 폭력은 사회에서 근절돼야 할 잘못된 관행으로, 구단 선수가 학교 폭력에 연루돼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구단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기업이 프로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면서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리스크를 겪고 있는 흥국생명이 더 이상의 기업이미지 실추를 막고 회복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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