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소속 선수 이재영, 이다영의 학교폭력 파문으로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뉴시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소속 선수 이재영, 이다영의 학교폭력 파문으로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여자프로배구단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또 다시 거센 ‘학폭 후폭풍’에 휩싸였다. 해당 선수들은 물론, 구단 차원의 대처가 화를 키운 모습이다. 무엇보다 스포츠마케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도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는 흥국생명이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됐다.

◇ 이재영·이다영 학폭 파문에 ‘트럭 시위’까지 등장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소속 쌍둥이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이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인 것은 지난 2월이다. 두 자매로부터 과거 학창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폭로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됐고, 두 선수는 이를 인정했다.

파문은 거셌다. 가뜩이나 스포츠계에 폭력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던 가운데, 실력과 미모를 겸비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스타 여자배구선수 2명이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 이재영·이다영은 팀 내 불화설의 중심에 서 있기도 했다.

특히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안일한 대처로 파문을 키웠다. 들끓는 여론에 불구하고 선수들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를 즉각 취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뒤늦게 두 선수에 대해 무기한 출전정기 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최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재차 이재영·이다영 학교폭력 후폭풍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두 선수가 반성의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법적대응에 나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가운데,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두 선수의 복귀를 추진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거센 파문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이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이재영·이다영을 선수등록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을 뿐 아니라, 이다영의 경우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했다. 당장 복귀를 추진하는 것이 아닌, 선수에 대한 보유권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해명했지만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향한 여론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급기야 지난 28일부터는 서울 도심지역에 ‘트럭 시위’까지 등장했다. 일부 배구팬들이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대한 비판을 실은 트럭으로 흥국생명 본사가 위치한 광화문과 배구연맹이 있는 상암동 일대를 누빈 것이다. 트럭 뒤에 실린 전광판에선 ‘흥국생명 덕분에 어디가서 배구팬이라 말하기 부끄러워 트럭 몰고왔습니다’ ‘학폭 가해자에게 해외취업 직접 알선한 흥국생명, 학폭논란 고작 4개월 만에 복귀를 도모하는 흥국생명’ ‘고객 미래를 위한 든든한 동반자? 학폭 가해자를 위한 든든한 동반자 흥국!’ 등의 내용이 노출됐다.

뿐만 아니다. 이재영·이다영으로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추가 폭로에 나서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당초 지난 28일 입장을 밝히겠다는 예고를 돌연 취소하고 침묵하고 있는 모습이다.

◇ 모기업 흥국생명·태광그룹에도 불똥

이 같은 파문의 불똥은 모기업인 흥국생명 및 태광그룹에게도 튀고 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흥국생명 대표이사가 구단주를 겸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김여일 단장은 태광그룹 홍보담당 임원 출신이다. 흥국생명과 태광그룹의 입김이 핑크스파이더스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번 파문과 관련해 흥국생명 및 태광그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모기업 차원의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한 프로스포츠계 관계자는 “모기업이 구단 운영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부분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물의 등과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며 “승부조작이나 불법도박 등을 저지른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해 강력한 조치가 취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경기 중 선수들끼리 갈등을 빚는 모습이 노출되자 모기업 차원에서 화해를 지시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핑크스파이더스에 대대적인 지원을 단행한 바 있다. 기존 소속선수였던 이재영을 붙잡고 이다영을 영입했을 뿐 아니라, 여자배구 최고의 스타인 김연경까지 품었다. 이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우승후보 0순위로 지목되며 연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시즌 막판 팀 내 불화설에 이어 이재영·이다영의 학교폭력 파문까지 불거지면서 흥국생명의 적극적인 투자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게 됐다. 적잖은 자금을 들이고도 기업 이미지만 망가지게 된 모습이다. 심지어 성난 여론이 불매운동 등의 조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올해 취임한 박춘원 흥국생명 대표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얼마 남지 않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출소와 관련해서도 더욱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시사위크>는 최근 파문과 관련해 흥국생명 측 입장 및 계획 등을 묻고자 했으나 담당자의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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