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고속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천일고속 홈페이지
천일고속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천일고속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천일고속이 2분기 및 상반기에도 적자행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직격탄이 불가피한 대다수 기업과 다르지 않은 실적 흐름이지만, 천일고속은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끈다. 오너일가에 대한 ‘배당 지원사격’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다.

◇ 적자 행진 이어가는 천일고속, 배당 기조 바뀌나

최근 공시된 반기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천일고속의 상반기 실적은 아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우선, 매출액은 138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 감소한 것이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상반기 매출액(29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처럼 매출액은 줄어든 반면 적자규모는 확대됐다. 천일고속은 올해 상반기 58억원의 영업손실을 남겼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보다 27.6% 증가한 것이다. 특히 2분기에만 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대비 69.2%, 앞선 1분기에 비해서도 22.9% 적자가 늘어났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는 부동산 매각에 따른 것으로 사업적인 측면과 무관하다.

전체 매출에서 여객운송 부문이 94%를 차지하는 천일고속의 이 같은 실적 추락은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동이 급격히 감소한데 따른 것으로, 항공업계나 여행업계의 사정과 다르지 않다. 천일고속의 문제라기 보단 워낙 강력하고 손 쓸 수 없는 외부악재에 의한 실적 부진이다.

다만, 천일고속이 걸어온 지난 행보를 되짚어보면 이 같은 실적 하락이 지니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천일고속은 오너일가 3세 박도현 대표와 박주현 부사장이 2015년 고(故) 박남수 창업주로부터 지분을 대거 증여받는 과정에서 거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박남수 창업주가 70%에 육박하는 지분을 수십 년 동안 차명으로 보유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차명주식의 규모와 보유 기간은 물론 드러난 과정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이에 따라 박도현 대표와 박주현 부사장은 막대한 증여세 부담을 짊어지게 됐는데, 이때부터 천일고속은 초고배당 행보를 시작했다. 이전까진 좀처럼 배당을 실시하지 않던 기업의 배당정책이 한순간에 180도 바뀐 것이다.

천일고속은 2015년 주당 6,000원씩, 총 85억6,200만원을 배당했다. 이는 2015년 거둔 당기순이익 46억2,600만원보다 훨씬 많은 것이었다. 이어 2016년엔 주당 8,000원씩 총 114억1,600만원, 2017년엔 주당 1만5,300원씩 총 218억3,300만원, 2018년엔 다시 주당 6,000원씩 85억6,200만원을 배당했다. 특히 적자를 기록한 2018년엔 현금배당성향이 -4,131.31%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남기기도 했다.

실적과 무관한 이 같은 배당은 대부분 박도현 대표 및 박주현 부사장에게 향했다. 두 사람의 지분 합계가 80%를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이에 천일고속은 대표적인 고배당기업으로 손꼽히면서도 오너일가를 위한 배당이란 싸늘한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를 의식한 듯 2019년 실적을 기반으로 한 결산배당은 최대주주를 제외한 차등배당으로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천일고속의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천일고속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에도 주당 3,000원씩 총 42억8,100만원을 배당했으며, 최대주주를 제외한 차등배당은 아니었다.

올해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적자’가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가 지속될 경우 천일고속은 기존의 배당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배당 기조를 바꿀 경우 주주들의 불만을 사는 것은 물론, 앞선 초고배당 행보까지 재차 질타를 받을 수 있다. 박도현 대표 입장에선 실적 개선이란 까다로운 과제에 배당 문제까지 더해져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천일고속의 배당 기조에선 일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도 하다. 천일고속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빼놓지 않고 1분기 분기배당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잠잠했다. 통상 반기보고서와 함께 공시했던 2분기 분기배당도 발표하지 않았다.

한편, <시사위크>는 천일고속의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 대응책과 향후 배당정책에 대해 문의하고자 했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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