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CO홀딩스그룹의 3세 장남 장세현 부사장이 한국특강 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KISCO홀딩스그룹의 3세 장남이 한국특강 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KISCO홀딩스그룹 오너일가 3세 장남 장세현 환영철강공업 부사장의 발걸음이 거듭 꼬이고 있다. 가뜩이나 후계구도에서 동생들에게 밀리는 모습이 역력한 가운데, 이번엔 배임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모습이다.

◇ 후계구도서 밀렸던 장남, 배임으로 더욱 ‘위축’

한국특강(구 한국특수형강)은 최근 퇴직임원의 배임 사건에 대한 진행 경과를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앞서 지난 5월 42억여원의 배임 혐의로 기소된 장세현 전 대표(현 환영철강공업 부사장)는 지난달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울러 항소가 진행되지 않아 이 같은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장세현 부사장은 KISCO홀딩스그룹 오너일가 3세다. KISCO홀딩스그룹은 2001년 동국제강그룹에서 계열분리했으며, 고(故) 장경호 동국제강그룹 창업주의 6남인 고(故) 장상돈 회장이 부친이다.

한국특강은 과거 KISCO홀딩스그룹 계열사였으며, 장세현 부사장은 2005년부터 이 회사 대표를 맡아왔다. 하지만 경영 악화가 거듭되면서 2015년 12월 회생절차에 돌입했고, 이후 여러 차례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가장 최근엔 지난해 4월 매직홀딩스를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았으며, 이때 장세현 대표도 물러난 바 있다. 이후 지난 3월엔 한국특수형강에서 한국특강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본사도 이전했다.

이로써 장세현 부사장은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입지가 한층 더 위축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앞서도 KISCO홀딩스그룹의 3세 후계구도에서 중심을 차지한 것은 장남 장세현 부사장이 아닌 차남 장세홍 KISCO홀딩스·한국철강 사장이었다. 그룹의 핵심인 한국철강을 장세홍 사장이 맡았고, 장세현 부사장은 한국특수형강, 3남 장세일 영흥 회장은 영흥철강을 맡았다. 

이후 이들의 행보는 더욱 극명하게 엇갈렸다. 장세홍 사장과 장세일 회장이 경영성과를 내며 안정적이고 탄탄한 리더십을 구축한 반면, 장세현 부사장의 한국특수형강은 위기의 늪에 빠진 끝에 그룹의 품을 떠나게 됐다. 이에 따라 장세현 부사장의 그룹 내 직함은 환영철강공업 부사장만 남은 상태다. 환영철강공업은 동생 장세홍 사장이 사장 직함을 달고 재직 중인 비상장계열사다.

지분구조에 있어서도 장세현 부사장의 존재감은 희미하기만 하다. 장세홍 부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KISCO홀딩스의 지분을 34.97% 보유 중인 최대주주이고, 장세일 회장 역시 17.35%로 영흥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장세현 부사장은 KISCO홀딩스 지분 2.42%와 한국철강 주식 520주(지분율 기준 0.01% 미만)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많이 없어진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장남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존재해왔다. 특히 재계는 이러한 성격이 더 짙었다. KISCO홀딩스 장남의 갈지자 행보가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KISCO홀딩스그룹과 뿌리가 같은 동국제강 역시 3세 경영 과정에서 장남의 행보가 삐걱거린 바 있다. 장세주 회장이 도박 등의 혐의로 2015년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것이다. 장세주 회장은 2018년 5월 출소해 현재 경영에 복귀한 상태지만, 여전히 사내이사 및 등기임원으로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를 대신해 대표이사를 맡아오고 있는 것은 차남 장세욱 부회장이다. 

배임 유죄 판결로 또 다시 체면을 구긴 장세현 부사장이 다시 자존심과 존재감을 회복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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