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기공식에서 박솔이 공주대 특수교육과 학생의 안내견 '평화'가 반가움을 표시하자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기공식에서 박솔이 공주대 특수교육과 학생의 안내견 '평화'가 반가움을 표시하자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2024년 3월 정식 개교를 준비 중인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현장을 찾아 “다시는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 설립 기공식에 참석했다. 공주영상보건대학을 전신으로 둔 옥룡캠퍼스는 장애인의 사회적 자립에 특화된 국내 첫 직업교육 특성화 학교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2017년 서울 강서구의 특수학교(서울서진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장애인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호소한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5년 임기 내 전국에 특수학교 18개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공주대(직업교육 특화)와 부산대(예술 특화) 산하 특수학교는 2024년 3월, 한국교원대(체육 특화) 산하 특수학교는 2025년 3월 문을 열 예정이다.

특히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는 국내 첫 국립 직업교육 특성화 특수학교라는 데 의미가 있다. 1~3학년별 각 6개학급씩 총 18개 학급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126명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제과·제빵, 스마트 농업, 반려동물 관리 등 직업교육을 통해 졸업 후 사회적 자립을 돕는 것이 설립 목표다. 

문 대통령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면서 “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마을이 키우면 아이가 다시 마을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반기지 않는 분들이 적지않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보다 너른 마음으로 우리의 아이라고 여겨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우리 모두는 똑같은 기회를 가져야 하고 누구나 다름없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며 “장애학생들도 질좋은 교육으로 자신을 개발하고 자신의 진로와 직업에 도움이 되는 전문지식을 함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낮은 수준에 있는 장애인의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성이 대폭 제고돼야 한다”며 “국립대 부설 특수학교는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어 “장애학생에게 직업은 자립의 토대이자 사회 속으로 나아가는 기반”이라며 “다양한 적성과 흥미, 꿈과 요구에 맞는 직업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질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특수학교들이 전국 곳곳에 더 많이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정부도 장애학생들의 생애 주기별 통합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직업교육기반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가 장애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 지역 주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우리의 아이를 키우는 특수학교의 모범을 보여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평소 장애인 정책에 관심을 가져온 김정숙 여사도 이날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의 학창 시절 미담을 언급했다. 2017년 9월 서울서진학교 개설 문제를 두고 공청회에서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어 화제가 된 이후, 두 달 뒤인 2017년 11월 김 여사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부 학부모를 청와대에 맞아 위로한 바 있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이) 중학교 때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업고 소풍을 가는데, ‘쉬다, 가다’보니 소풍이 끝나서 친구들이 함께 (다리가 불편한) 그 친구를 데리고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감명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 일화에 등장하는 친구는 과거 인천지방법원 부장 판사를 지내다 정년퇴임한 김영학 전 판사다. 김 전 판사는 문 대통령과 경남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막역한 친구 사이다. 소아마비로 일행과 뒤처진 김 전 판사를 문 대통령이 들쳐 업었고, 이를 지켜본 다른 학생들이 교대로 업어줬다는 일화는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김 여사는 “비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장애인의 자리가 마련돼 있는 세상을 위해 많은 분들이 부단히 노력해 왔다”며 “오늘 이 자리도 그런 노력의 결실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함께 가려면 느리게 가라는 말이 있듯 오늘 첫 삽을 뜨는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가 장애 학생들 앞에 닫혔던 문을 열고 세상 속에 여러 갈래 길을 내주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서울서진학교의 학부모인 이하영 씨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서진학교 설립 과정에서 장애 아이들도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게 생각이 들었다“면서 ”서진학교가 개교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의 이해와 협력 덕분이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특수학교로 전학 오고 난 후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자신의 의사를 행동이 아닌 말로 표현하고 성격도 많이 차분해졌으며, 짜증과 화를 내는 경우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부모인 저도 이제 ‘더 이상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은 당하지 않겠구나, 우리 아이에게 맞는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놓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서진학교 아이들처럼 더 많은 학생들이 자신에 맞는 학교에서 즐겁게 학교생활 하기를 바라본다. 특수교육으로 인해 많은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희망이라는 꿈을 주고 싶다”면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맞춤형 지원을 위해 특수학교 다양화, 특성화, 전문화가 필요하다. 특수학교 설립은 복지가 아닌 권리의 실현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공식 행사와 간담회에는 이씨를 비롯해 임경원 공주대 특수학교개교준비단장, 안지영·박솔이·이화영 공주대 특수교육학과 학생 및 교직원, 특수교육 현직 교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척수장애와 시각장애를 각각 극복하고 국회의원이 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도 국회를 대표해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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