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0 05:59
‘승계 숙제’ 남은 신일제약 오너일가의 ‘똘똘한 주가활용법’
‘승계 숙제’ 남은 신일제약 오너일가의 ‘똘똘한 주가활용법’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2.01.26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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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제약 오너일가의 지분 승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신일제약 오너일가의 지분 승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한탕주의’로 싸늘한 시선을 받았던 신일제약 오너일가가 승계 행보로 재차 눈길을 끌고 있다. 최대주주 지위 승계라는 마지막 단추만 남겨둔 가운데,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행보는 또 다시 최근 주가 흐름과 맞물려 해석되며 오너일가의 ‘똘똘한 주가활용법’이란 평가가 나온다.

◇ 주가 오르자 팔아치웠던 오너일가, 주가 내리니 지분 증여

1971년 보생제약사를 인수해 설립된 신일제약은 창업주 홍성소 회장의 나이가 8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2세 승계를 주요 현안으로 두고 있다. 

경영적인 측면에선 이미 승계가 마무리된 상태다. 신일제약은 2010년 홍성소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정미근 전 사장이 대표이사에 올라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이후 2018년 12월, 정미근 전 사장이 물러나고 홍성소 회장의 장녀 홍재현 사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이어받으면서 2세 오너경영체제가 본격화됐다. 아울러 홍성소 회장 형제의 자녀들 역시 임원으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남은 것은 지분 승계다. 신일제약은 여전히 홍성소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홍재현 사장 역시 2대 주주이긴 하지만, 부친의 지분엔 아직 못 미친다. 홍성소 회장의 나이를 감안하면 최대주주 지위 승계를 마냥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홍성소 회장이 두 자녀에게 각각 4만7,500주씩 총 9만5,000주의 주식을 증여한 것이다. 홍재현 사장이 증여 대상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본격적인 승계 움직임이란 해석을 낳고 있다. 모처럼 만의 증여인데다, 결과적으로 홍성소 회장과 홍재현 사장의 지분 차이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번 증여를 통해 17.85%였던 홍성소 회장의 지분은 17%로 소폭 낮아졌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엔 변화가 없다.

현재 9.79%의 지분을 보유 중인 홍재현 사장은 지난 수년간 아주 조금씩 지분을 확대해왔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갈 경우, 올해는 지분이 1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홍성소 회장과 홍재현 사장의 지분이 각각 4% 안팎으로만 달라져도 최대주주 지위가 넘어갈 수 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증여가 이뤄진 타이밍이다. 신일제약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국면 속에 주가가 크게 들썩인 바 있다. 2020년 3월 4,268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넉 달여 만에 5만5,126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2만3,200원으로 2020년을 마감한 주가는 지난해 들어 하락세를 이어갔고, 증여가 이뤄진 지난해 12월 13일엔 1만1,500원에 장을 마쳤다. 신일제약은 물론,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의 주가가 다소 시들해진 시점에 증여가 이뤄진 것이다.

이는 신일제약 오너일가의 최대주주 지위 승계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증시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제약·바이오 부문 역시 뚜렷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가가 내려가면, 최대주주 지위 승계 작업은 그만큼 더 수월해진다. 

하지만 이를 향한 세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내부정보를 활용하는 등의 불법적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주가치 제고는 외면한 채 오너일가 사익추구에 몰두하며 주가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일제약 오너일가는 2020년 주가가 크게 오르자 지분을 대거 처분한 전력이 있다. 심지어 오너일가의 지분 처분 직후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이에 당시에도 신일제약 오너일가는 싸늘한 시선을 피하지 못했었다.

이처럼 신일제약을 향한 불편한 꼬리표는 홍재현 사장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ESG경영이 강조되는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것으로서, 젊은 2세 경영인의 대내외 리더십에 오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성소 회장과 홍재현 사장 부녀가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승계의 마지막 단추를 끼우게 될지, 그 과정에서 세간의 불편한 시선을 떨쳐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