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 ‘메타버스(Metaverse)’의 영향력이 전 산업분야에서 커지면서 저작권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신망을 통해 연결된 가상현실공간이지만 메타버스 내에서 이용되는 콘텐츠나 통용되는 가상재화의 경우엔 엄연한 사적 재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현실과 연동되는 가상의 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의 영향력이 ICT(정보통신기술) 영역을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올해 10대 ICT이슈 중 하나를 메타버스로 꼽기도 했다.

그중 메타버스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산업 분야는 역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고 있는 현재, 가상공간에서 공연부터 전시 등 다양한 예술·콘텐츠 제작 활동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가 콘텐츠 산업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바로 메타버스 내에서 이용되고 있는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다.

◇ 불거지는 메타버스 내 저작권 문제… 미국에선 실제 소송사례도 존재

메타버스에서의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이유는 메타버스 역시 엄연한 ‘현실 속’ 공간이라는 점 때문이다. 비록 통신망을 통해 연결된 가상현실공간이지만 메타버스 내에서 이용되는 콘텐츠나 통용되는 가상재화의 경우엔 엄연한 사적 재산이 될 수 있다. 

신용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PT)에 지난 12월 게재한 ‘메타버스 관련 법적 쟁점’ 리포트에서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 저작물이며, 이를 창작한 저작자 등은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가진다”며 “현실세계에서 일정한 권리를 갖는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복제권 등 저작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재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가상 재화에 대한 소유권 인정과 저작권 침해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 특히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건물의 디자인, 음악, 소설 등의 콘텐츠를 메타버스 세계에서 재가공할 경우, 이에 대한 저작권 논쟁이 뜨거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메타버스 내에서의 저작권 문제는 실제 소송사례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전미음악출판협회(NMPA)는 세계 최대 메타버스 서비스 플랫폼 로블록스 측에 음악저작권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 2억 달러(한화 2,397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로블록스 공식 블로그

특히 저작권 부문에 민감한 콘텐츠 분야인 ‘음악’의 경우, 이미 메타버스 내에서의 저작권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규모의 메타버스 서비스인 ‘로블록스(Roblox)’에서는 저작권 문제로 인해 발생한 소송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전미음악출판협회(NMPA)가 로블록스 측에 약 2억 달러(한화 2,397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전미음악출판협회가 로블록스에 소송을 청구한 이유는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가상의 음악 재생 장치를 통해 라이선스에 따른 대가 지불 없이 무단으로 음악저작물을 이용해 왔다는 이유에서다. 

전미음악출판협회 측은 “로블록스의 이용자들은 로블록스가 제공하는 음악 라이브러리에서 음악을 선택해 새로운 콘텐츠로 재가공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로벅스’라는 가상화폐를 지불하고 만든 콘텐츠를 로블록스 내에 업로드할 수 있는데, 이때 창출되는 수익을 음반제작사 및 창작자들에게 저작권료로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소송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지난해 9월 로블록스는 전미음악출판협회 측 주장을 받아들이고 합의해 로블록스 내 음악 관련 저작권 문제는 마무리 됐다. 합의 조건은 메타버스 내에 뮤지션과 작곡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로블록스와 창작자가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조건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건축·패션 등도 저작권 논란 가능… 전문가들, “메타버스에 맞는 법률 보안 필요”
 
아울러 전문가들은 음악 이외에도 현실 세계의 다양한 콘텐츠가 메타버스 내에 구현될 경우, 저작권 침해 문제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메타버스 내에서도 현실 세계에 적용되는 기존 법체계가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했던 영역이 메타버스에선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한국저작권보호원(KCOPA)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신규 저작권 침해 유형 및 이슈-메타버스와 저작권’ 보고서를 통해 대표적으로 패션, 가구, 인테리어 등에 디자인으로서 역할을 하는 응용미술 영역이 메타버스 내에서 저작권문제와 관련해 쟁점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창작성 요건을 충족한다는 전제 하에 현실에서는 응용미술저작물로 인정되지 아니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아니었던 의류, 가구 등이 메타버스 내에서 구현됨에 따라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그 결과 이러한 저작물은 다른 가상세계에서 복제하거나 현실에서 구현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음악 이외에도 건축·패션·디자인 등 현실 세계의 다양한 콘텐츠가 메타버스 내에 구현될 경우, 저작권 침해 문제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롯데건설이 가상공간인 메타폴리스내에 구현한 롯데건설 건물 이미지./ 롯데건설

현실에서 창작성이 인정되는 건축물 및 시설을 메타버스 내에서 구현할 경우에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골프장 사업자들이 스크린골프 사업자를 상대로 골프코스에 대한 저작권법과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사례가 있다.

약 9년의 공방이 오고간 끝에,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스크린골프에 사용되는 골프코스에 대한 저작권은 코스설계자에게 있으며, 스크린골프 사업자 측이 별도 협약없이 골프코스 영상을 사업에 이용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즉, 현실세계에서의 콘텐츠 저작권이 가상공간에서도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재 존재하는 ‘현실세계용’ 법안으로 모호하고 어려운 판단을 하는 대신, 메타버스에 맞는 새로운 법률 및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신용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인터넷에 적용되는 법리를 기준으로 메타버스에서의 행위를 평가할 수 있으나, 추후 메타버스가 현실세계를 대체할 정도로 발전할 경우 기존 법률에 대한 새로운 해석 또는 입법이 필요할 수 있다”며 “현실세계에서 형성된 권리를 강조할 경우 메타버스에서의 활동이 제한될 수 있고, 반대로 메타버스에 법적용이 미흡할 경우 현실세계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세계에서 엄격히 적용되는 윤리적·사회적 기준이 메타버스에서 작동하지 않는 경우 이용자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며 “현실세계와 메타버스가 조화롭게 병행되어 메타버스를 통해 현실세계가 무한히 확장될 수 있도록 올바른 법제도 정립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충남대학교 이철남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메타버스의 저작권 쟁점에 관한 연구(2021)’ 논문을 통해 “소수의 창작자가 대중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기본 모델로 하고 있는 저작권제도를 다수의 창작자 및 이용자가 상호 커뮤니케이션하는 가상세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R·VR(증강·가상현실)기술과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다양한 기계를 전제로 한 빅데이터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저작권제도의 기본 전제들을 다시 생각해 보고 제도 전체를 재구성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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